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LA다저스가 16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했다. 훈련전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드 프리먼이 기자회견했다. 오타니와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나란히 앉아있다. 고척돔=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에게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에게 코멘트 한 마디 요청드리고 싶다'고 하니 이상하게 놀라더라."
순항하던 사상 최초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 시리즈가 마지막 날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한 폭탄을 맞았다.
미국 LA 타임스, ESPN 등은 21일(한국시간) 오타니의 개인 통역이자 매니저를 맡아온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저질렀고, 오타니의 돈까지 무단 사용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오타니의 법무 대리인 측은 그를 절도 및 도박에 대해 고발한 상태다.
오타니와 워낙 절친한 사이였던 만큼 야구계에 충격이 컸다. 닛폰햄 파이터스의 통역이었던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함께 일하다가 2018년, 오타니가 MLB로 진출할 때 제안을 받고 함께 LA 에인절스로 향했다. 지난해까지 긴 시간 함께 하면서 통역뿐 아니라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원하는 담당 매니저로 활약했다. 오타니는 그동안 그를 공개적으로 신뢰해왔다. 2013년 닛폰햄에서 데뷔했으니 햇수로만 10년이 넘는다.
그랬던 미즈하라가 오타니를 배신했다. 현지 보도들을 종합하면, 오타니는 불법 도박에 손을 댔고, 그 과정에서 쌓인 빚이 450만 달러까지 쌓였다. 이어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오타니 명의로 50만 달러씩 업체에 송금된 사실도 확인됐다. 미즈하라는 이를 두고 ESPN과 첫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송금해준 것이다. 돈을 직접 보낸 건 내게 건네주면 내가 또 도박에 쓸까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후 오타니 측 대리인이 "오타니는 도박 사실을 몰랐고 이는 절도 행위"라고 했고 미즈하라는 이후 앞선 발언을 철회했다.
미즈하라는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정규시즌 개막전 후 다저스 선수단 앞에서 이 사실을 털어논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히 분위기도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당초 이날 미디어 워크룸에서 진행되는 공식 기자회견에는 오타니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멀티 히트 1타점으로 팀 승리에 공헌한 데다 다저스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MLB 측은 "다저스 선수가 나온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나온 건 선발 투수였던 타일러 글래스노우. 승리 투수가 아니었고 5이닝 2실점으로 오히려 패전 위기에 몰린 날이었다. 더군다나 앞서 18일 이미 선발 등판 전 인터뷰를 진행했던 선수였다. 특별히 경기 내용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많은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인터뷰가 끝난 후 인터뷰실에서는 '오타니가 오지 않아 아쉽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오타니 인터뷰는 더그아웃에서 별도로 진행됐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일본 풀카운트는 "지금 생각하면 미즈하라 통역이 좀 이상했다. 개막전 종료 후 취재진에게 클럽하우스가 개방돼 난 오타니에게 개막전 소감, 다르빗슈 유를 상대한 소감을 물으려 했다. 통로에 있던 미즈하라에게 '오타니 선수에게 코멘트 한 마디 요청드리고 싶다'고 했더니 그가 이상하게 놀라더라. 오타니 인터뷰는 별도로 진행돼 취재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음날 아침 충격적인 뉴스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오타니 영입과 함께 미즈하라를 담당 직원으로 채용했던 다저스 구단은 보도 직후 곧바로 미즈하라를 해고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언론 보도를 확인했고, 관련 내용을 수집 중이다. 미즈하라를 해고했다는 것만 확인시켜 드릴 수 있다. 현재로서는 구단 차원에서 더 이상 그를 언급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