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0㎞/h를 기록했지만, 삼진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류현진으로서는 12년 만에 오르는 한화 마운드였다. 지난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해 곧바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탄 그는 2012년까지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7년 동안 통산 98승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 당대 최고의 투수로 리그에 군림했다. 하지만 팀은 2009년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류현진은 2012년 200탈삼진을 넘기고도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득점력도 떨어졌고 수비력도 불안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던 류현진은 올해 12년 만에 한화로 돌아왔다. 우려도, 기대도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에도 9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 겨울 전력 보강에 힘써 공·수 모두 12년 전보다 강할 거라는 기대가 따랐다.
하지만 12년이 지나도 한화는 다시 류현진을 괴롭혔다. 이날 류현진은 1회 9구만 던지며 범타 3개로 가볍게 출발했다. 그러나 2회부터 LG 타선이 그를 끈질기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2회 말에는 오지환이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뽑았다. LG는 2사 후 박동원, 문성주, 신민재의 연속 안타로 2점을 선취했다. 류현진의 잘 제구된 직구를 기다렸다 공략해 지난해 최고 타선의 위력을 증명했다. 그래도 그 이상의 대량 실점은 없었다. 류현진은 3회 말 김현수에게 볼넷은 내줬으나 나머지 세 타자를 가볍게 잡았다.
문제는 4회였다. 4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문보경과 박동원을 상대로 연속 땅볼을 뽑아 가볍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얻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개는 만들지 못했다. 8번 타자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준 류현진은 후속 타자 신민재에게 2루수 앞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그런데 12년 전 류현진을 괴롭혔던 수비 불안이 다시 터졌다. 2년 차 2루수 문현빈이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흘렸다. 끝났어야 할 이닝은 끝나지 않았고, 문성주는 3루까지 진루했다. 12년 전처럼 실책은 실점이 됐다. LG는 후속 타자 박해민과 홍창기의 연속 적시타가 나오면서 단숨에 석 점이나 뽑았다. 이어 후속 타자 김현수까지 무너진 류현진을 공략해 안타를 더했다.
투구 수 86구. 경기 전 한화가 예상한 대로 소화했으나 이닝은 예상 밖이었다. 결국 한화는 예상보다 일찍 에이스 류현진을 내리고 롱 릴리프 이태양을 등판시켰다. 확실한 건 한 가지다. 한화가 12년 동안 기다렸던 에이스의 복귀전에서 구단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상황이 이런 건 절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