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았다. 계속된 인종차별로 심신이 지친 탓이었다.
영국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26일(한국시간) “기자회견 도중 인종차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비니시우스”라며 “비니시우스는 브라질과 스페인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매체뿐만 아니라 현지 다수 매체가 그의 눈물을 조명했다.
비니시우스는 “언어적 인종차별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매일 집에 돌아갈 때 더욱 슬퍼진다. 아무도 나를 응원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안하지만 나는 축구를 하고 싶고, 구단과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 출신의 비니시우스는 레알 소속으로 스페인에서 활약하면서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 보통 유럽에서는 흑인, 동양인 선수들이 학대의 표적이 되는 데, 비니시우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대 팀 서포터들이 비니시우스를 향해 인종차별적 언사를 보인 것은 한두 번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 5월 발렌시아와 경기 중 관중석에서 들려온 인종차별 발언을 듣고 비니시우스가 격분한 적도 있다. 당시 발렌시아 홈팬들은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라는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쳤고, 논란은 커졌다.
당시 비니시우스는 인스타그램에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인종차별은 라리가에서 일상”이라며 “나는 강하며 긴 여정이 되더라도 끝까지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발렌시아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며 인종차별 소탕 작전에 동참했다.
다만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비일비재하다. 비니시우스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훔친 이유다.
비니시우스는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기분이 더 나빠지지만, 여기 나와서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 대규모 단체인 유럽축구연맹(UEFA) 국제축구연맹(FIFA) 남미축구연맹(CONMEBOL) 브라질축구협회(CBF)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밝혔다.
숱한 아픔을 겪은 비니시우스는 당당히 맞서 싸우기로 했다. 그는 “이제 나는 인종차별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고, 공부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적절하게 말할 수 있다”며 “무하마드 알리(전 복싱 선수)는 하나의 예였고, 나는 브라질 사람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많은 사람이 저를 옹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비니시우스는 “스페인을 떠난다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세계 최고의 클럽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회장님과 구단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 나는 굳건하고 강인하게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브라질과 스페인의 평가전은 인종차별 반대운동의 일환인 ‘원 스킨(One Skin)’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