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한화 이글스)은 6188일 만의 KBO리그 복귀전에서 2루수 문현빈의 실책 후 대량 실점으로 일찍 교체됐다. 이닝 교대 때 문현빈이 들어오자 "내가 (깔끔한 투구로) 막지 못해서 미안하다. 고개 숙이거나 주눅 들지 마"라고 먼저 말을 건넸다.
문현빈은 "내가 죄송한 마음이 더 컸다. 이 경기를 통해 더 성장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관심을 모은 복귀전에서 '통산 99승'이 아닌 '패전 투수'가 됐다. 2-2로 맞선 4회 말 2사 1루에서 신민재를 평범한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 그러나 입단 2년차 2루수 문현빈이 신민재의 빠른 발을 의식한 나머지 타구를 빠르게 처리하려다가 뒤로 빠트렸다. 천하의 류현진도 이후 3연속 안타를 허용 3실점 했다. 모두 비자책점이다. 결국 마운드는 이태양으로 교체됐다.
류현진은 길었던 4회 말 수비가 끝나고 문현빈이 들어오자 "미안하다. 주눅 들지 마"라고 했다. 그는 "하나의 실책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져 더 기죽어 있을까 봐 그랬다"고 설명했다.
문현빈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였다. 그리고 더 각오를 다지게 됐다.
문현빈은 다음날인 24일 LG전 역시 6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했고, 1-1로 맞선 5회 초 결승 적시타(한화 8-4 승리)를 쳤다. 문현빈은 "개막전서 내 실책으로 팀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많이 분했다"며 "특히 (류)현진 선배님께 너무 죄송했다"고 돌아봤다.
문현빈은 '대선배'의 조언대로 새롭게 시작했다. 그는 "선배들과 코치님이 '오늘은 다 잊고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를 강조했다.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은 문현빈에게 "143경기 남아있으니까 편하게 해"라고 조언했다. 최 감독이 오디션을 통해 최종 낙점한 2루수가 바로 문현빈이다. 2023년 한화 2라운드 11순위로 입단한 문현빈은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66(428타수 114안타)를 기록했다. 문현빈은 2루수 골든글러브를 각각 2회, 1회씩 수상한 안치홍과 정은원을 밀어내고 주전 2루를 지켰다. 특히 안치홍은 이번겨울 4+2년 최대 72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최원호 감독은 "주전 2루수로 문현빈, 정은원(좌익수), 안치홍(지명타자), 김태연(백업) 등을 놓고 고민했을 때 문현빈이 제일 낫다고 평가했다"며 "현빈이는 2년 차 선수로 큰 부상이 없다면 계속 (2루수로)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막전 한 경기로 (포지션을) 바꾸거나 평가할 순 없다"고 말했다.
문현빈은 "개막전 선발 출장은 처음이다 보니 잘하고 싶어 긴장하고 흥분했다"면서 "이번 개막 2연전을 통해 많이 배웠다. 마음가짐도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