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르는 지난 24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8회 마운드를 밟아 1이닝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했다. 팀이 연패에 빠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성공적으로 프로 첫발을 내디뎠다.
등판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0-5로 뒤진 8회 말 무사 만루에서 배턴을 이어받았다. 첫 타자 최지훈 타석에서 폭투로 실점한 전미르는 곧바로 최지훈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시속 150㎞ 직구에 배트가 헛돌았다. 박성한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전미르는 거포 최정과 하재훈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위닝샷은 모두 커브. 특히 하재훈 타석에서 던진 3구째 커브는 타자가 놀라 고개를 숙일 정도로 각이 컸다.
26일 광주 KIA전에 앞서 본지와 만난 전미르는 "점수 차가 있었고 주가가 만루였다. 최대한 부담 갖지 말고 씩씩하게 하자는 마음을 먹고 들어갔다. 1점을 주긴 했는데 괜찮지 않았나 싶다"며 미소 지었다. 전미르는 8회 말부터 등판한 우강훈과 함께 몸을 풀었다. 우강훈은 사사구 3개를 내준 뒤 전미르와 교체됐다. 불펜에 전화벨이 울리자 등판을 직감한 전미르는 "강운이 형이 잘 막고 내려오시겠지 생각하고 가볍게 몸 풀고 있었는데 살짝 긴장도 됐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전미르의 KBO리그 데뷔전은 커브가 인상적이었다. 폭투를 내준 공도 탈삼진을 2개나 잡아낸 공도 커브였다. 하재훈 타석에서 던진 커브는 말 그대로 '폭포수 커브'였다. 폭투로 실점한 만큼 다음 타자 상대할 때 부담이 클 수 있었지만 그는 다시 커브 그립을 잡았다.
전미르는 "(폭투가 된 공은) 유인구로 밑에 던지려고 하다 보니까 힘이 많이 들어갔다. 손에서 잘 안 빠졌는데 내 미스였다"며 "왜 폭투가 나온지 알고 있었다. 그걸 모르면 힘들고 무서웠을 텐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던진 거다. (정)보근이 형이 리드를 잘해주셨다"고 말했다.
26일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에 대해 "퍼포먼스가 좋다. 움직임이나 그런 걸 좋게 평가한다"며 "커브가 좋았다. 슬라이더로 볼 카운트를 잘 잡고 변화구로 결정구를 쓰더라. 오버페이스만 안 하면 괜찮을 거 같다. 지금 정도면 굉장히 좋은 멘털을 갖고 있다"고 격려했다.
경북고를 졸업한 전미르는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됐다. 투타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일단 투수로 개막을 준비했다.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싱숭생숭한데 이게 다가 아니다. 리셋해서 살아남는 게 목표"라며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마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올라가서 주눅이 들지 않고 씩씩하게 내 공을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