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 청주 KB 박지수(26·1m96㎝)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2경기 만에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챔프전 새 역사를 쓴 박지수는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든 뒤 아산으로 향한다.
KB는 지난 2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2차전에서 64-60으로 이겼다. KB는 1차전 62-68로 지며 우승 확률 71.9%로 내줬지만, 1경기 만에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2차전 승리의 주역은 박지수였다. 그는 36분 26초 동안 37점 20리바운드 더블더블에 성공했다. 팀이 올린 득점 절반을 홀로 책임진 것이다. 승부처인 4쿼터에만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 6개를 따냈다. 종료 40초 전 연속 공격 리바운드 후 성공한 골밑 득점은 이날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 장면이었다.
박지수는 챔프전 새 역사도 썼다. WKBL 챔프전 역사상 단일경기 30점-20리바운드 더블더블에 성공한 건 박지수가 처음이다. 챔프전 1경기 37점 역시 국내 선수 기준 2006년 삼성생명 변연하 이후 18년 만에 나온 타이기록이다. 박지수는 챔프전 최다 더블더블 단독 1위(14회) 고지를 점령하기도 했다.
각종 활약과 기록보다 조명받은 건 박지수의 환한 미소다. 지난 시즌 공황장애 여파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그는 복귀 후에도 한동안 귀마개를 착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중간중간 표정이 굳어져 주위의 우려를 받기도 했다. 지난 1차전에서는 상대의 집중 견제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끝내 고개를 떨궜다.
2차전에서도 전반을 뒤진 채 마치자, 박지수의 표정은 어두웠다. 하지만 후반에는 다시 특유의 환한 미소를 되찾았고, 더욱 위력적인 플레이를 뽐냈다. 우리은행은 미소를 되찾은 박지수를 제어하지 못했다.
박지수는 승리 뒤 방송사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져 분위기가 좋지 않을까 걱정했다. 후반에는 진지하게 하면서도, 웃으면서 하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동료들이 나를 도와주는 만큼, 나도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신력 싸움이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KB와 우리은행은 오는 28일 오후 7시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챔프전 3차전을 벌인다. 1승 1패 상황에서 3차전을 따낸 팀의 최종 우승 확률은 90.9%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