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야전 사령관' 한선수(39)가 최종 목표를 달성했다. V리그 사상 최초 통합 4연패. 그의 손끝에서 결정됐다.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유광우(39)는 조력자로 새 역사 작성을 지원했다.
한선수는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3차전에 선발 출전, 3세트까지 뛰며 날개 공격수 쿼더블(막심 지가로프·정지석·곽승석·임동혁)의 공격력을 온전히 끌어냈다. 대한항공의 세트 스코어 3-2 승리에 기여했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4시즌 연속 챔프전 직행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챔프전에서도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확인시키며 통합 우승을 해냈다. 2020~21시즌부터 4연패. 2011~12시즌부터 3연패를 해냈던 삼성화재를 넘어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한선수는 지난 시즌 3연패를 달성한 뒤 "최종 목표는 4연패이기 때문에 지금은 이를 향한 과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마흔두 살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전한 그는 가장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누구도 밟지 못한 기록을 이끄는 걸 목표로 내세웠다.
1·2차전 압도적 세트 스코어가 챔프전에서 한선수가 얼마나 빼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는지 말해준다. 3차전도 마찬가지다. 막심이 쾌조의 컨디션을 보일 때는 그를 활용해 1세트 듀스 승부를 끌고 갔고, 막심의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는 정지석과 임동혁, 토종 공격수들을 활용했다.
베테랑 유광우도 이번 챔프전에서 가장 빛나는 경기를 펼쳤다. 4세트부터 한선수를 대신해 박빙 승부를 이끌었다. 막심이 빠진 상황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임동혁을 활용했고, 정지석과 정한용에게도 적절한 기회를 열어줬다.
2차전까지 한선수의 체력 안배를 돕는 게 주 임무였던 유광우는 대한항공이 새 역사를 쓴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비록 5세트 14-13에서 조재영과 교체돼 코트 위에서 플레이어로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지만,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아이러니한 사연도 있다. 유광우는 삼성화재가 통합 3연패를 달성할 당시 주전 세터였다. 이번엔 대한항공 일원으로 챔프전 우승을 지원했다. 그는 2019~2020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에 합류, 매 시즌 28경기 이상 출전하며 한선수와 함께 대한항공 전술 운영을 이끌었다. 그야말로 우승 청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