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스피드건만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팬들은 구속은 물론 공의 움직임, 회전수까지 확인할 수 있다. 타자의 스윙, 야수의 스피드는 물론 스트라이크 여부까지도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모두 진짜일까. 메이저리그(MLB)처럼 한국 야구도 정확한 숫자를 확인하고 있는 게 맞을까. 본지는 트래킹 데이터 긴급점검 시리즈 상·하편을 통해 최근 불거진 KBO리그 데이터 측정 이슈를 살펴봤다.
PTS와 트랙맨, 호크아이의 구속 차는 시각에 따라서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구속은 참고 데이터지만, 필수 데이터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요인에 적용될 때다. 당장 올 시즌부터 적용 중인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의 기반 역시 PTS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TS가 승리와 패배를 결정할 정도로 부정확한 부분은 없다.
스포츠투아이는 ABS 설치를 위해 적절한 카메라 위치를 선정, 구장 전체를 스캔해 가상의 그라운드를 생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카메라 위치를 보정하고, 실제 그라운드 요소도 측정한다. 이후 공을 그라운드에 흩뿌려 추적 여부를 확인하고 각 카메라 위치에서 동일한 객체 좌표를 정확히 추적하도록 보정한다. 스포츠투아이 측은 매일 경기 전 및 필요시 추가 보정 프로그램도 별도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방법이 최적인지는 의문이 따른다. KBO리그 구단 분석원 A는 "3월 메이저리그(MLB) 서울 시리즈 기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KBO리그 관계자들이 세미나를 진행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담당자는 '홈플레이트 근처는 피치 f/x(MLB에서의 PTS 명칭)의 실측 불가 구역(BUBBLE)이다. 태생적으로 홈플레이트 근처 자료 측정이 어려운 장비'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A 분석원은 "PTS는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순간을 측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론 그 정보를 가지고 로케이션을 추정해도 실제 로케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측정값이 아닌 추정값을 판정에 쓰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PTS를 ABS 주관 업체로 선정한 데 대해 "트랙맨의 경우 레이더 기반이라 PTS에 비해 추적률이 조금 떨어진다고 알고 있다. 비가 오거나 새가 지나가는 등 '사고'가 나오면 투구 추적에 실패한다. 호크아이는 광학 장비지만 국내 운영 역량이 다소 떨어지고 사용 시 추후 필요한 비용도 다소 고가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분석원 B는 "카메라(광학 장비)는 빛에 정말 민감하다. 우천 시 레이더 추적률이 떨어진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비행·항해 시 비가 오면 레이더와 카메라 중 무엇을 봐야 하는지 떠올리면 답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ABS 상 스트라이크존에 아직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지난 17일 시범경기 등판을 마친 후 "구장마다 조금씩 스트라이크존이 다른 것 같다. 선수들이 그걸 빨리 캐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도 "구장마다 장비 위치가 달라 편차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김광현(SSG 랜더스)도 "선수들이 구장마다 ABS 존이 다르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투아이는 이에 대해 "구장 별로 차이를 두는 게 더 불가능한 일이다. (교차 검증 차원에서) 우리도 트랙맨으로 추적한 공의 스트라이크/볼도 하나하나 다 비교하고 있다. ABS가 설정한 존을 통과한 공의 판정에는 문제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KBO 관계자도 "각 구장 홈플레이트를 향해 설치한 카메라의 각도가 ABS의 기준점이다. 현장 의견은 우리도 청취했다. 다만 구장마다 포수가 앉는 곳의 경사도가 다르고, 땅이 무르고 단단한 차이도 있어 체감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A는 "선수단에 물어보면 ABS 상 스트라이크존 위치가 조금 다른 곳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수원, 인천, 대전 구장의 존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쏠려있고, 부산은 몸쪽으로 쏠려있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다른 구단 데이터 파트의 의견도 비슷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