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34·울산 HD)이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가 또 실점으로 이어진 탓이다. 팀을 이끄는 핵심 수비수의 연이은 부진에 ‘디펜딩 챔피언’ 울산 수비마저 극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김영권은 지난 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은행 K리그1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치명적인 패스 미스로 결승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실점으로 경기 흐름을 빼앗긴 울산은 추가 실점까지 내주며 0-2로 완패, 개막 5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뼈아픈 실수는 후반 3분에 나왔다. 하프라인 왼쪽 부근에서 패스할 곳을 찾던 김영권은 상대의 전방 압박에 서둘러 백패스를 했다. 그러나 김영권의 패스는 팀 동료에게 연결되지 못한 채 울산 수비 뒷공간으로 흘렀다. 이를 레안드로가 가로채 곧장 역습에 나섰고, 조현우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울산 골망을 흔들었다.
동료를 향한 패스가 끊긴 것도 아니라, 사실상 상대에게 스루패스를 해버린 듯한 실수가 됐다. 주발이 아닌 오른발 패스였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국가대표 수비수이자 지난 시즌 K리그 최우수선수(MVP)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장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후반 15분 추가 실점 장면에서도 김영권의 위치 선정이 아쉬웠다. 이현식의 논스톱 패스가 울산 수비 뒷공간을 향하는 순간, 김인균이 순간적인 침투로 파고들어 결국 추가골을 넣었다. 이현식의 패스 순간 김인균의 오프사이드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최후방에 애매하게 있던 김영권의 위치 때문에 온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홍명보 감독은 결국 추가 실점 이후 5분 만에 김영권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부상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경기 중 센터백을 교체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대상이 팀의 핵심 전력인 김영권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이날 김영권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영권에게도 굴욕적인 교체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김영권의 실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도 동점골 실점으로 이어진 뼈아픈 실수를 저지른 뒤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전전처럼 최후방에서 애매하게 백패스를 했다가 공을 빼앗겨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더구나 이 장면에선 실수를 저지른 뒤 전력으로 질주해 실수를 만회하려는 모습 대신 주춤하는 모습만 보이다 뒤늦게 수비에 가담해 더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단순한 수비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후방 빌드업, 정신적인 지주 역할까지 맡는 그의 실수가 반복되다 보니, 울산의 분위기 자체도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 이 과정에서 무려 7실점이나 허용하며 수비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홍명보 감독은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김영권과 직접 깊은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우연찮게 실수가 반복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다. 김영권이 차지하는 팀 내 비중을 고려하면 해결책도 빠르게 찾아야 한다. K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에 시즌 초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