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이 K리그 승강제 도입 이후 시즌 개막 후 가장 적은 경기만 지휘하고 물러나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다.
전북 구단은 6일 “페트레스쿠 감독이 팀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전북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구단도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페트레스쿠 감독은 지난 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를 끝으로 전북에서의 여정을 마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페트레스쿠 감독은 지난해 6월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1년도 채 안 돼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올 시즌 K리그1 개막 5라운드가 지난 시점이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페트레스쿠 감독은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래 K리그1 기준으로 시즌 개막 후 가장 적은 경기만 치른 뒤 물러나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다. 기존 기록은 지난 2019년 개막 7경기를 지휘한 뒤 물러났던 욘 안데르센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다.
전북 구단과 페트레스쿠 감독의 결별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의 전북이 추락을 면치 못하면서 팬들의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임한 페트레스쿠 감독은 전북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부임 첫해 K리그1에서는 4위에 머물렀고, FA컵에서도 결승에서 져 무관에 그쳤다. 전북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 건 10년 만의 일이었다.
그래도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시즌 도중 부임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시즌은 오롯이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로 준비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티아고와 에르난데스 등 지난해 K리그에서 맹활약한 외국인 선수들을 비롯해 이영재, 김태환 등 선수 보강도 이뤄냈다. 울산 HD의 3연패 도전을 저지할 가장 강력한 대항마를 넘어 전북을 새로운 우승 후보로 꼽는 시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새 시즌 개막 후 페트레스쿠 체제의 전북은 추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2월 1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2-0 승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였다. 이후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포함 8경기 연속 무승(5무 3패), K리그에서도 개막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의 수렁에 빠졌다. 특히 K리그 유일 무승팀이라는 굴욕적인 기록 속 리그 최하위까지 처졌는데, 전북이 K리그 개막 5라운드 시점 최하위로 처진 건 무려 16년 만의 일이기도 했다.
특히 성적뿐만 아니라 단조로운 공격 전술과 허술한 수비 조직력 등 경기력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아 페트레스쿠 감독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결국 페트레스쿠 감독과 전북 구단은 K리그 개막 5경기 만인 지난 3일 제주전을 끝으로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페트레스쿠 감독이 물러나면서 당분간 팀은 국내 코치진이 팀을 이끌 예정이다. 당장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강원FC와 6라운드 경기부터 박원재·조성환·최은성 코치 등 국내 코치진이 지휘한다. 전북 구단은 빠른 시일 내 후임 감독 선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구단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선수, 팬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고 항상 열정 넘치는 응원을 보내줘서 감사하다. 고국에 돌아가서도 전북 현대를 응원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