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제로 베이스에서 팀을 재건한다. '형님 리더십' 대명사, 김태형(57)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롯데는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서 7-6으로 승리했다. 연장 10회 말 대타로 나선 이주찬이 좌전 안타를 치며 2루 주자 손호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1차전 패전 뒤 2차전에서 8-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었고, 3차전에서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며 2연승과 올 시즌 위닝시리즈(3연전 2승 이상)를 해냈다.롯데는 두산 3연전 전까지 2승 7패에 그쳤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이 부임했지만, '봄에는 강한' 면모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타선은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와 팀 리더 전준우를 제외하면 모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영입한 주전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형 감독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5일 두산 1차전에서 노진혁 대신 박승욱을 선발 유격수로 투입했다. 6일 두산 2차전, 7일 3차전에선 유강남 대신 1999년생 젊은 포수 정보근을 선발 포수로 내세웠다. 일종의 메시지였다. 김 감독은 지난달 31일 올 시즌 롯데 키플레이어로 꼽힌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1루수로 낙점한 나승엽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바 있다.두산 사령탑 시절 수비 기본기가 흔들린 선수를 가차 없이 교체했던 김 감독은 손호영을 바로 빼지 않았다. 아직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가 집중력 저하로 범한 실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손호영은 이어진 8회 말 공격 무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열었다. 롯데는 2점을 추가하며 6-6 동점을 만들었다. 손호영은 연장 10회 말에도 선두 타자로 나서 내야 안타를 치며 끝내기 주자로 나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상황에서 대타 이주찬이 김태형 감독 믿음에 부응하는 적시타를 쳤다. 손호영을 교체하지 않은 선택도 맞아떨어졌다.
7일 두산전은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경기였다. 더불어 기존에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름값·몸값 높은 선수들에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움직임이 될 것 같다.이 승부 결과는 앞서 언급한 대로 손호영이 실책 하며 역효과가 났다. 흔들린 전미르는 양의지와 김재환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최준용 입장에서는 실점 여부가 아닌, 감독의 교체 자체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준용도 전임 감독 체제에서 불펜 주축으로 올라선 투수. 아직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는 강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