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알론소(43·스페인) 바이어 레버쿠젠 감독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와 구단 새 역사를 이끌었다. 레버쿠젠 구단 120년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우승이자 리그 역대 13번째 우승팀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것이다. 알론소 감독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또 다른 추억도 안겼다.
레버쿠젠은 15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독일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홈경기에서 베르더 브레멘을 5-0으로 대파했다. 이기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레버쿠젠은 전반 25분 페널티킥 선제골로 유리한 고지에 오른 뒤, 후반에만 4골을 몰아넣으며 홈팬들 앞에서 우승을 자축했다.
이날 승리로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개막 29경기 연속 무패(25승 4무)의 고공비행 속 승점 79를 기록, 남은 5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분데스리가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무려 11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정상을 지켜온 바이에른 뮌헨(승점 63)과 격차는 16점 차다. 이로써 레버쿠젠은 1904년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챔피언에 등극하는 새 역사를 썼다.
그 중심에 단연 알론소 감독이 있었다. 선수 시절 레알 소시에다드와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을 거친 그는 은퇴 후 친정팀 레알 소시에다드 B팀 감독을 거쳐 지난 2022년 10월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았다. 첫 시즌 팀을 6위로 이끈 알론소 감독은 이번 시즌은 개막 29경기 연속 무패 진기록 속 레버쿠젠 팬들이 가진 ‘우승의 한’을 풀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수많은 팬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120년을 기다린 우승의 순간을 만끽하는 장관이 펼쳐졌을 정도다.
뿐만 아니었다. 알론소 감독은 경기장을 돌며 팬들이 내민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팬들은 알론소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알론소 감독 역시도 시즌 내내 우승의 여정을 위해 응원을 보낸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화답했다. 파블로 히랄트 기자는 “팬들은 사비 알론소 감독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알론소 감독은 팬들을 영원히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알론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믿기지 않는다. 지금은 분데스리가 우승을 즐길 순간이다. 남은 경기들을 준비하겠지만 오늘만큼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겠다”며 “지난 시즌 경험을 밑거름 삼아 올 시즌 내내 일관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덕분에 우승 타이틀까지 따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알론소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다른 구단이 우승하는 건 독일 분데스리가와 독일축구 모두에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그 우승팀이 우리라는 데 더욱 기쁘다”며 “우리가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더욱 기대가 된다. 좋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던 알론소 감독에게 레버쿠젠 선수들은 맥주 샤워로 답했다.
120년 만의 새 역사를 쓴 알론소 감독과 레버쿠젠은 이제 ‘다관왕’에 도전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선 8강에 올라 있는데, 지난 1차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2-0 완승으로 4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4강에서는 AC밀란 또는 AS로마와 만난다. 결승에 올라 있는 DFB 포칼(컵대회)에서는 2부리그 강등권팀인 카이저슬라우테른과 격돌한다. 남은 5경기에서도 무패행진을 이어가 ‘무패 우승’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