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가 계정공유 단속에 들어갔다.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으로, 넷플릭스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오는 6월 일부 국가에서 디즈니플러스 계정(비밀번호) 공유 단속을 시작하고 9월부터는 다른 국가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정공유 단속은 말 그대로 거주지가 다른 이용자들이 하나의 계정을 이용하는 걸 막는 거다. 만약 다른 곳에 사는 여러 사람이 동일한 계정을 쓰려면 매달 별도의 요금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월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관련 약관을 도입한 후 3월부터 기존 회원에게 확대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그해 11월에 계정공유 단속 약관이 발효됐다. 다만 지금까지는 약관상 금지로 명시됐을 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디즈니플러스의 이번 결정은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보인다. 앞선 4분기 디즈니플러스 이용자는 1억11300만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130만명 줄어들었다. 요금 인상 등으로 영업손실은 약 3억 달러(약 4155억원) 개선됐지만, 여전히 누적 적자는 100억 달러(약 13조8500억원)를 웃돈다. 계정공유 단속을 통한 외형 확장이 필요한 이유다.
먼저 움직인 넷플릭스를 통해 성과도 확인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계정공유 유료화를 선언하고 국가별 단속을 시행했다. 한국 이용자들에게 고지된 건 6개월 후인 11월, 적용된 건 올 3월 즈음이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한 번, 기본 위치로 설정된 와이파이로 영상을 시청하지 않으면 5000원(한국 기준)의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이후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증가했다. 이용자가 대거 이탈할 거란 당초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계정공유 단속 시작 직후 넷플릭스 전체 가입자수는 이틀 만에 10만건 늘었다. 이 기간 일평균 구독자는 7만3000명으로 이전 60일 평균보다 102% 증가했고, 구독 취소 건수 대비 신규 가입자 비율은 이전 60일 평균보다 25.6% 많아졌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콘텐츠의 힘을 꼽았다. 광고 요금제 도입 등 부수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결국엔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기에 별도의 결제를 하고 잔류했다는 의견이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용자들이 OTT를 구독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좋은 콘텐츠를 보기 위함이다. 결국 소비자를 만족시킬 양질의 콘텐츠만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거다. 예를 들어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 대비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결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콘텐츠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즈니플러스가 계정공유 단속을 먼저 시행할 국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9월부터 확대 시행을 하게 되면 국내에서도 연내 적용될 거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월트디즈니코리아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추후 업데이트가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