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식당 경영 노하우를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식당에서 음식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식당 경영에 대해서도 잘 알겠거니 오해를 하는 것이지요. 저는 맛칼럼니스트이지 식당칼럼니스트가 아니라고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래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드립니다.
“보편적인 식당 경영 노하우는 다들 잘 아시잖아요. 공부할 수 있는 책도 많이 있구요. 또,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은 사장님도 잘 아시지요? 식당이란 게, 경우가 다 달라요. 사장님의 식당은 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가게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 해도 위치 다르고 고객 다르고 사장님 다르고 알바 다릅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을 드리는데, 경우가 다 달라요. 따라서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보편적인 식당 경영 노하우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사장님의 식당에서 적어도 사나흘 관찰을 하면 작은 팁이라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1980년대 외국의 외식 브랜드를 가져와 초대박을 친 분이 계셨습니다. 한때는 그는 한국 외식업계의 신화적 존재였습니다.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에 그는 여러 외식 브랜드를 내놓았으나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나중에는 한국 외식업계에서 실패의 아이콘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외식업계에 '운구기일(일의 성패는 노력보다 행운과 우연이 더 많이 작용한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때에 그 브랜드가 대박을 친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해석을 해야 합니다.
종로 피맛골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재개발되기 전의 일입니다.) 목은 좋아 보이는데, 기묘하게도 그 자리에서 개업하는 식당들은 얼마 가지를 못했습니다. 고깃집이었다가 만두전골집이었다가 했습니다. 빈 가게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엔가 그 자리에 호프집이 생겼습니다. 그 호프집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꽤 오래된 대형 호프집이 있었습니다. 대형 호프집은 직장인으로 늘 만원이었습니다. 새로 생긴 호프집은 대형 호프집에 비해 한참 작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에이, 또 망하겠구나. 저렇게 작은 규모로는 경쟁에서 지지.”
아니었습니다. 작은 호프집은 손님으로 가득했습니다. 대형 호프집에서 다 받아내지 못한 손님이 작은 호프집으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작은 호프집으로 한번 밀려난 손님은 다음에는 아예 작은 호프집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대형 호프집 옆에 작은 호프집을 차리면 장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또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일'이 통한 사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수를 좋아해서 국숫집을 차리고, 고기를 좋아해서 고깃집 차리고, 빵을 좋아해서 빵집을 차렸다고,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말씀하시는 식당 사장님들을 자주 봅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니어도 손님에게 기대감을 주는 멘트이니까 마케팅 차원에서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식당 사장님이 자기 식당 음식을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기호를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음식 장사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사가 안 될 때에 이런 말을 하는 사장인은 대책이 없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음식 맛을 몰라. 이 맛있는 것을 모르다니.”
자신의 입맛 기준으로 대중을 상대하려는 사장님이 성공하는 예를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대구에서 떡볶이 하나로 초대박을 친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의 떡볶이는 무척 매워서 저는 보는 것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잡힙니다. 초대박 떡볶이 할머니는 저와 비슷한 입맛을 가지고 계십니다. 평소에 매운 것을 안 드십니다.
“떡볶이 안 먹어요. 매운 것 안 먹어요.”
떡볶이를 안 드시는 할머니가 어떻게 초대박 떡볶이 할머니로 등극할 수 있었느냐 하면, 할머니는 자신의 입맛을 믿지 않고 자신이 파는 떡볶이의 주요 고객인 동네 아이들의 입맛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떡볶이 양념은 매일 아침에 내가 하지. 동네 아이들을 불러서 먹여봐. 걔네들이 맛있다고 하면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