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일 총 178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나온 피치클록(Pitch Clock) 위반 횟수와 평균 경기 시간 현황을 발표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당 10.59회(34경기·360회)를 기록했다. 가장 적게 위반한 팀은 KT 위즈(3.38회)다.
피치클록은 경기 기간 단축을 위해 KBO가 정식 도입을 추진 중인 규정이다.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 18초 내에 투구를 해야 하고, 포수는 전용 전광판에 9초, 타자는 8초를 남기기 전까지 각각 포수석과 배터박스에 위치해야 한다. 올 시즌은 시범 운영만 한다. 위반해도 경고만 주어진다.
현장 의견이 여전히 갈린다. 경기 시간을 줄이는 게 야구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을 지지하는 야구인도 있고, 투구 시간에 쫓기면 투수들이 부상을 당한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KBO가 꾸준히 발표 중인 피치클록 관련 현황이 흥미로운 건 위반 횟수가 가장 많은 팀이 롯데, 적은 팀은 KT라는 점이다. 두 팀 사령탑, 김태형 롯데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한목소리로 피치클록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강철 감독이 "(올 시즌) 정식으로 시행하지 않을 거라면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조금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T 위반 횟수가 가장 적었다. 내부적으로 관련 제도를 준수하도록 지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롯데가 의도적으로 피치클록 규정을 무시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 김태형 감독은 소속 투수 애런 윌커슨이 너무 자주 위반하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작 김 감독이 강도 높게 비판한 건 투수의 견제 횟수 제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의 판정 등이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해도 롯데는 이제 피치클록을 의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단 경기 시간 단축, 지연 방지 필요성은 대세론이다. 피치클록을 가장 많이 위반한 롯데는 평균 경기 시간도 가장 길었다. 9이닝 기준으로 리그 평균이 3시간 6분인데, 롯데는 3시간 13분을 기록했다. KT는 2시간 59분이다.
안 그래도 '롯데 야구는 길다'라는 인식이 야구팬 사이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시간과 밀접하다고 볼 수 있는 피치클록 위반까지 가장 많으면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가 현재 10개 구단 중 최하위(10위)에 머물고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피치클록 위반 횟수와 성적의 상관관계는 밀접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리그 1위 KIA 타이거즈의 피치클록 위반 횟수는 10개 구단 중 4번째(경기당 6.06회)로 많았다. 위반 횟수가 가장 적은 KT의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6일 기준으로 6.00, 최하위였다.
하지만 롯데처럼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팀이 리그 차원에서 정식 도입을 준비 중인 규정을 거듭 무시하는 인상을 주는 건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다. 롯데는 피치클록 현황이 발표될 때마다 가장 많이 위반한 팀이었고, 각 매체들은 항상 이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꼴찌가 1등을 했다며. 비아냥이 섞여 있다.
피치클록은 2025시즌부터 정식으로 도입된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준비기간을 슬기롭게 활용해야 새롭게 바뀐 제도에 대한 전략과 전술도 생긴다. 선수들도 명확한 지침이 있는 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