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채무를 갚으려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개인 돈에 손을 댄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법원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15일(한국시간) '소송 진행에 따른 절차적 단계'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실제 미즈하라의 변호사인 마이클 프리드먼은 "향후 유죄를 인정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는 이날 미국 LA 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검찰이 기소한 은행 사기 등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미즈하라가 수년간 스포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개인 돈 1700만 달러(238억원)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타니를 사칭, 은행에 피해를 주는 등 관련 혐의가 꽤 다양하다. 미즈하라는 이를 부인했지만,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며 이미 그는 지난 6일 연방 검찰과 혐의를 인정한 양형 합의서에 서명, 검찰이 관련 내용을 발표한 상태다.
양형 합의서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17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하고 국세청에 100만 달러(14억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은행 사기 혐의는 최대 30년 징역형, 허위 세금 신고 혐의는 최대 3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ESPN은 '미즈하라가 베팅에서 딴 금액은 총 1억4200만 달러(1943억원)인데 이를 오타니가 아닌 자신의 은행 계좌로 입금했다'며 '대신 1억8300만 달러(2504억원)를 잃어 4100만 달러(561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다. 야구에는 베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MLB는 선수와 팀 직원의 합법적인 베팅도 금지하고 있다.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만남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오타니는 고교 졸업 후 일본 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한 거물 신인으로 외국인 선수 크리스 마틴의 통역사로 일을 시작한 미즈하라를 만났다. 2018년 니혼햄을 떠나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는 '익숙한' 미즈하라를 통역사로 고용했다. 지난겨울 다저스로 이적했을 때도 오타니 곁에는 미즈하라가 있었다. 하지만 미즈하라는 지난 3월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서울 시리즈 기간 해고당했다.
이후 UC 리버사이드를 졸업, 일본인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전 보스턴 레드삭스)의 통역 등 그의 주요 이력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사건이 더욱 크게 부각됐다. 야후스포츠는 '미즈하라는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3년 니혼햄에 입단한 오타니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사이 10년 동안 미국에서 대학에 다녔고 두 개의 다른 MLB 팀에서 일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제 그 배경에 거대한 구멍(gaping hole)이 생겼다. 니혼햄 구단은 그를 고용할 때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궁금해진다'고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