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또 헛물을 켰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후임으로 낙점한 제시 마쉬(미국) 감독이 캐나다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령탑 인선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캐나다축구협회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 최우선 순위였던 마쉬 감독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계약했다고 알렸다. KFA는 최근까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마쉬 감독은 연봉 등을 두고 견해차가 컸던 한국을 외면했다.
마쉬 감독은 가장 최근 지도자 생활을 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1년에 350만 파운드(60억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마쉬 감독과 급여 등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으리란 시선이 팽배했지만, KFA는 그에게 ‘올인’하는 듯한 형세를 띠었고 결과적으로 또 헛발질이 됐다.
결국 5월 초중순 내에 정식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는 정해성 KFA 전력강화위원장의 공언은 수포가 됐다. 당장 뒷순위 후보에 오른 감독을 데려오는 것은 고사하고 3월에 이어 6월 A매치도 임시 사령탑 체제로 임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내달 6일과 11일 각각 싱가포르, 중국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경기를 치른다. 정식 감독이 부임해 당장 3주 앞으로 다가온 A매치를 준비하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 지난 3월 벌인 태국과의 A매치 2연전 첫 맞대결을 10일 앞둔 시점에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적어도 열흘 뒤인 오는 26일에는 6월 A매치에 나설 태극전사를 뽑아 발표해야 하는데, 분명 새 외국인 사령탑이 선수를 파악하고 선발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미봉책이지만,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3월에 대표팀을 이끌었던 것처럼 6월에도 임시 사령탑 체제로 두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떠오르는 이유다. KFA와 차순위 후보들의 협상이 길어진다면, 한국 선수를 잘 아는 국내 감독이 지휘하는 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더욱이 KFA가 마쉬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로 둔 것으로 알려진 브루노 라즈(포르투갈) 전 울버햄프턴 감독은 프랑스 리그1 올림피크 리옹에 부임하리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세뇰 귀네슈(튀르키예) 전 베식타스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이 차선책으로 꼽히지만, KFA의 협상력을 고려하면 수일 내 선임은 장담하기 어렵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국이 앞선 아시아 지역 예선 4경기 무패(3승 1무)를 질주, 조 1위를 마크하고 있어 비교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5월 내 정식 감독 선임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여겨지지만, 6월 A매치 이후 주요 리그의 시즌이 끝나고 오는 7월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가 막을 내리는 만큼 한국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