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6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된다. 황선홍(56) 감독에 이어 이번엔 김도훈(54) 감독이다. 지난 2022년 8월 싱가포르 라이언 시티와 계약 해지 후 새 소속팀이 없던 김 감독은 약 2년 만에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서 현장에 복귀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일 김도훈 감독을 6월에 있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싱가포르·중국전에 나설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FA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이달 안으로 정식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었으나 국내 감독은 물론 외국인 후보들의 선임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결국 또 임시 감독 체제를 택했다. 대표팀 임시 감독 체제가 2회 연속 이어지는 건 29년 만이다.
김도훈 감독은 이제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서 다음 달 6일 싱가포르 원정, 11일 중국(홈)전을 지휘하게 된다. 김 감독이 A대표팀 관련 역할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워낙 촉박한 시간에 임시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점이다. 당장 일주일 뒤인 27일에는 명단을 발표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가 않다.
K리그1 기준으로 김도훈 감독이 직접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점검하고 파악하는 건 오는 25~26일에 예정된 K리그1 14라운드가 유일하다. 그나마 K리그2가 주중과 주말 두 라운드가 예정돼 있으나, 오랫동안 현장에서 떨어져 있던 김 감독이 K리그2 현장을 찾아 대표급 자원을 깜짝 발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연스레 김도훈 감독은 이번 2연전을 100%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로 구성하긴 어려울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기존 대표팀 명단을 토대로 가능한 한 일부만 변화를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김 감독은 앞서 KFA를 통해 공개된 임시 감독 선임 첫 인터뷰에서도 대표팀 선수 구성과 관련해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축구협회와 잘 상의하겠다”고 했다.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생략된 것 역시 대표팀 명단 구성과 관련해 김 감독이 대대적인 변화를 주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FA에 따르면 오는 27일 김도훈호 대표팀 명단은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로 대체될 예정이다. 지난 3월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맡았던 황선홍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임시 감독 수락 배경이나 대표팀 명단 구성 등을 직접 설명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황 감독은 조금 더 일찍 임시 감독으로 선임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K리그 주말 라운드도 두 차례나 관전하는 등 직접 명단을 꾸릴 수 있었다. 반면 김도훈 감독은 큰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5월 초중순에는 대표팀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KFA 전력강화위원회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데다, 임시 감독 체제로의 전환 결단마저 빠르게 내리지 못한 게 결국 임시 사령탑의 대표팀 운영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된 모양새다. 김도훈 감독 입장에선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에 맞는 선수들로 최상의 대표팀 명단을 꾸리기 어려우니, 자연스레 경기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나마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따면 최종예선에 오를 수는 있으나, 최종예선 톱시드 배정을 위해선 싱가포르·중국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 감독에게 주어진 촉박한 시간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FIFA 랭킹을 기준으로 아시아 1~3위, 4~6위 등 3개 팀씩 같은 포트(시드)에 속한다. 현재 한국의 FIFA 랭킹은 23위로 일본(18위) 이란(20위)에 이어 아시아 3번째다. 호주(24위)가 한국의 뒤를 이어 아시아 4위인데, 한국과 호주의 포인트 격차가 불과 0.06점 차다. 6월 월드컵 예선 2연전에서 1경기만 삐끗해도 자칫 아시아 4위 자리로 떨어질 수 있다. 톱시드를 배정받지 못하면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톱시드 팀인 일본이나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무조건 만나야 한다. 최종예선 진출권 획득은 물론, 호주의 2전 전승을 전제로 한국도 전승이 필요한 배경이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 지난 3월 월드컵 예선 당시 안방에서 태국과 비겼듯 남은 2연전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임시 감독 체제라 하더라도 최상의 대표팀 명단을 꾸려야 하는 이유다. 다만 전력강화위의 너무 늦은 '임시 감독 체제' 급선회와 뒤늦은 선임 탓에 대표팀 명단 구성 과정마저 난항을 겪을 수도 있게 됐다. 그 여파를 이제는 고스란히 임시 사령탑인 김 감독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처음 제안을 듣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고 많이 고민했다”면서 “한국축구를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해 결정했다. 시간이 부족하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