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질 때 선수들이 신경을 너무 많이 쓴다. 하지만 우리는 144경기를 해야 한다. 1패일 뿐이다."
12년이 지나도 한화 이글스를 위기에서 건지는 건 류현진(37)의 몫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3승, KBO리그 통산 101승을 수확했다. 주간 1무 4패를 기록하던 한화는 류현진의 호투와 함께 12득점을 몰아쳐 연패를 끊어냈다.
연패 기간 침체한 분위기를 바꿨기에 의미가 컸다. 한화는 1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류현진의 호투에도 필승조가 무너져 무승부에 그쳤다. 15일엔 20안타를 맞고 16점을 내줬다. 16일은 9회 동점 기회 때 상대 호수비(권희동)로 석패를 당했다.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9회 2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18일엔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수많은 승리만큼, 어쩌면 그보다 많은 패배를 겪었을 류현진은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는 구단 인터뷰를 통해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에 야수들 공격력이 살아나는 분위기라 앞으로가 기대된다. 오늘처럼 하면 어느 팀이든 다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자신감 있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연패는 끊었지만 한화는 여전히 위기에 놓였다. 팀 순위는 9위(승률 0.378)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동시에 이탈하면서 류현진을 제외하면 1~3년 차 투수들로만 선발진이 채워졌다.
류현진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당부했다. 그는 "팀이 지면 선수들이 신경을 너무 많이 쓰면서 경기 하는 것 같다"며 "(한 시즌) 144경기를 해야 한다. 연패가 있을 수도 있고, 연승이 있을 수도 있다. 야구는 1-0으로 지든 12-0으로 지든 똑같은 1패"라고 했다.
류현진은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팀이 지면 너무 상심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경기 결과에 너무 몰입하면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몸도 힘들 거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패배 후 회복탄력성을 가지라면 류현진의 호투도 절실하다. 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4.83(17위)으로 여전히 높다. 개막 후 두 달간 승리도 단 3개에 불과하다.
다행히 지난주 2경기 결과가 희망적이다. 14일 등판에서는 무려 110구를 던지면서 구위를 유지했다. 마지막 공이 149㎞/h를 찍었다. 이후 나흘만 쉰 후 마운드에 다시 올랐으나, 무실점을 기록했다. 19일 경기에서도 최고 149㎞/h를 찍었다. 체력 우려를 씻은 2경기였다.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항상 4일 쉬고 5일째 던져왔다. 거기에 적응돼 있어 무리 없이 던진 것 같다"며 자신의 건재를 확인시켰다.
오는 주말 인천 SSG 랜더스전에 출격할 예정인 류현진은 "매번 위닝 시리즈(3경기에서 2승 이상 기록) 할 수 있도록 내가 선수들을 준비시키겠다"고 웃으며 "등판 경기에서도 선발 투수 역할 하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