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뒷문이 수상하다. 믿었던 '291세이브 듀오'가 부진하자 팀도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에서 1승 2패 열세 시리즈(3연전 중 2패 이상)를 기록했다. 홈에서 열렸던 KT 위즈와의 3연전을 1승 2패로 마친 뒤 연속 열세 시리즈로 한 주를 마치며 4위까지 하락했다. 4월 승률 1위(16승 8패)를 달리던 삼성은 5월 5할 승률(10승 10패)을 겨우 맞추며 2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
25일 두 번째 경기 패배는 다소 충격이었다. 당시 역전승 1위(15회) 팀 답게 5회와 6회 6득점을 합작하며 승리하나 싶었으나 8회 동점과 역전을 내주며 6-7로 패했다. 역전패 최소 1위(5회) 팀이자 '약속의 8회'로 유명한 삼성이 8회에 역전을 허용하면서 패했다. 믿었던 필승조 김재윤이 8회 유강남에게 동점포를 맞은 뒤, 박승욱에게 역전 홈런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26일 경기는 선발 투수 원태인이 초반 흔들리고 타선이 부진하면서 경기 초반부터 흐름이 롯데 쪽으로 넘어가긴 했다. 수비 실책도 뼈아팠다. 하지만 4점 차도 삼성의 최근 뒷심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였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임창민이 안타 2개와 볼넷으로 추가 실점을 내줬다. 뒤이어 올라온 이승민이 추가 적시타를 맞으면서 6회에만 4실점, 삼성은 승기를 완전히 내주며 1-9로 졌다.
공교롭게도 삼성이 자랑하던 김재윤과 임창민 두 선수의 부진이 두드러진 경기였다. 5월 들어 두 선수의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김재윤은 5월 10경기에서 1승 5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ERA) 6.10으로 성적이 좋지 않다. 투구 수는 적어도 잦은 멀티 이닝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임창민도 5월 10경기에서 6홀드를 올렸으나 ERA 8.59로 크게 부진하고 있다. 3~4월 김재윤의 ERA가 2.04, 임창민이 0.64를 기록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5월 부진이 심상치 않다.
두 선수가 부진하자 삼성의 성적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3~4월까지 32경기 동안 역전패를 단 2차례 겪었다.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은 0.882(15승 2패)에 달했고 5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은 100%(12승 1무)일 정도로 뒷문이 탄탄했다. 하지만 삼성은 5월 20경기에서 역전패 5차례를 당했다.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0.800(8승 2패), 5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0.714(5승 2패)도 언뜻 보면 높아 보이지만, 두 승률 모두 리그 최하위다.
5월 초 박진만 삼성 감독은 불펜진의 부진에 대해 "타격도 사이클이 있듯이 투수도 사이클이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이 떨어지는 시기고 곧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대로 두 선수는 잠시 좋아지는 듯 했지만 중순 들어 다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에 삼성은 휴식이나 보직 변경 등의 변화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필승조 선수가 필요한 가운데, 아쉬운 것은 4월 필승조로 분류됐던 최하늘도 5월 부진 중이고(10경기 ERA 8.10), 좌완 최성훈도 7경기 ERA 23.14의 성적표를 남기고 2군으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희망이 있다면 가벼운 부상에서 돌아온 투수 김태훈이 5월 5경기 5이닝 무실점 5홀드로 순항 중이라는 것과 롱 릴리프 김대우도 6경기 9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텨주고 있다는 점이다. 2군에서 실점 점검 중인 이재익과 양현, 최지광 등 예비 자원들도 컨디션을 점검하며 복귀를 준비 중이다.
박진만 감독은 "투수들이 힘에 부칠 시기다. 투수 코치와 상의해 투수들의 체력 안배를 고려해야겠다"라면서 "1군에 올라올 선수들이 빨리 복귀해서 기존 불펜진에 힘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며 이들의 합류를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