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라파엘 나달(275위·스페인)이 통산 14차례나 우승한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350만 유로·약 794억원)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탈락했다.
나달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4위·독일)에게 0-3(3-6, 6-7<5-7>, 3-6)으로 졌다.
나달은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함께 오랫동안 '빅3'를 형성하며, 세계 남자 테니스계를 주름잡은 스타였다. 4대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22회 우승했다.
그의 별명은 '흙신'이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흙(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서 통산 14차례나 우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프랑스오픈 통산 전적은 112승 3패였다. '나달이 곧 프랑스오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86년생 나달은 최근 허리와 고관절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2005년부터 18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프랑스오픈에 출전했던 나달은 지난해엔 부상으로 이 대회에 불참했다. 올해 1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코트에 돌아온 그는 다리 근육 부상 때문에 호주오픈에 뛰지 못했고, 4월에 코트에 복귀했다.
나달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여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마지막 프랑스오픈이 될 것 같지만 '100% 그렇다'고는 얘기하기 어렵다"고 여지를 남겨놓긴 했다.
때문에 나달은 이번 대회에 큰 의욕을 보였다. 부상 복귀 후 자신이 강세를 보이는 클레이코트 대회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1회전에서 맞붙은 상대가 하필 세계 4위 츠베레프였다. 지난 시즌 거의 통째로 쉬면서 세계랭킹이 200위대로 떨어져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하면서 첫판부터 톱 랭커 츠베레프와 맞붙었다. 전성기 시절 나달이었다면 명승부를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나달은 2022년 이 대회 4강에서 츠베레프와 맞붙어 승리, 결승까지 올라 우승한 적 있다.
1세트를 3-6으로 내준 나달은 2세트 게인 스코어 2-2에서 이날 처음으로 츠베레프의 서브 게임을 따내 4-2, 5-3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5-4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지 못했고, 결국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5-7로 졌다. 3세트에서도 나달이 초반 2-0으로 앞섰지만, 이후 힘이 떨어진 듯 3-6으로 허무하게 내줬다.
나달은 서브 최고 시속이 199km에 그쳐, 츠베레프(223km)에 크게 뒤졌다. 서브 에이스 수에서도 2-8로 열세였다.
나달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다시 프랑스오픈에 뛰기 위해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든 재활 과정을 거쳤다"며 "나의 몸 상태는 어떤 날은 뱀에게 물린 것 같고, 또 어떤 날은 호랑이에게 공격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글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은퇴 여부에 대해서는 "오늘이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여러분과 다시 만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7월 1일 개막하는 윔블던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신 7월 말 프랑스오픈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랭킹이 낮아 올림픽에 자력으로는 나올 수 없지만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