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35·FC서울)이 나이를 잊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무려 개막 15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 출전이다. 개막 후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뒤, 단 1경기도 교체 아웃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선발 풀타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는 1989년생인 기성용이 유일하다. 비슷한 연령대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띄는 기록이다.
그만큼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전임 감독들은 물론이고 김기동 신임 감독 체제에서도 변함없이 팀의 핵심 입지를 다지고 있다. 패스 시도(1133회) 횟수나 성공(1036회)이 K리그 전체 압도적 1위일 만큼 중원에서 정확한 패스로 빌드업을 맡고 있다. 과감한 전진으로 상대 골문도 호시탐탐 노린다.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서는 건 물론 교체조차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는 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단 출전 기록만이 전부가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기성용은 지난달 K리그1 5~10라운드에서 무려 71.57㎞를 뛰었다. K리그 전체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이 뛴 거리다. 경기 중 체력을 안배하며 뛰는 게 아니라, 매 경기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셈이다.
지난 28일 열린 김천 상무 원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성용은 전방과 최후방을 넘나들며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패스를 시도(59회)해 무려 94.9%의 성공률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전진패스도 23차례 시도해 20개를 정확하게 전달했다. 인터셉트나 태클 시도 등 수비적으로도 힘을 보탰다. K리그 공식 부가 데이터 업체 비프로 평점은 팀 내 3위인 7점. 0-0 무승부 경기에서 미드필더가 7점대 평점을 받은 건 그만큼 영향력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만 기성용의 이같은 ‘투혼’은 경기를 치를수록 오히려 빛이 바래져만 가고 있다. 소속팀 서울이 좀처럼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김기동 감독 부임과 맞물려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서울이지만,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 등 4승 5무 6패(승점 17)로 파이널 B그룹에 머물러 있다. 주목받아야 할 기성용의 기록도 팀의 부진 뒤에 가렸다. 고군분투하고도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푹 숙인 기성용의 모습은 이제 낯선 장면이 아니다.
기성용의 나이를 고려하면 언제까지 모든 경기 풀타임으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처럼 기성용이 그라운드에 모든 걸 쏟아붓는 투혼이 길어질수록 모두에게 위험부담이 더 커지는 건 물론이다. 서울 경기가 있을 때마다 “나이가 가장 많은 기성용이 제일 열심히 뛴다”는 팬들의 공통된 지적은 그래서 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기성용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다른 선수들에게도, 나아가 이적시장을 앞둔 구단에도 공통적으로 향하는 쓴소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