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가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본모습을 되찾았다. 주말 3연전을 모조리 쓸어 담고 시즌 상대 전적을 동률로 되돌렸다.
LG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맞대결을 9-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최근 3연승을 달린 LG는 시즌 34승 2무 24패로 2위를 지켜냈다.
승리의 주역은 벤치 리더 김현수(36)였다. 이날 3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1회 선취점으로 결승타를 때려낸 건 물론 5회 초 쐐기포까지 터뜨렸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2015년까지 뛰었던 '친정' 두산을 침몰시키는 선봉장이 됐다.
LG는 1회부터 두산 마운드를 흔들었다. 1번 타자 홍창기가 사구를 기록하면서 두산 선발 김유성이 흔들렸다. 제구가 불안했던 그는 후속 문성주에게 볼넷으로 득점권 위기를 자초했다.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2년 차' 김유성에게 승부구는 직구뿐이었고, 노련한 LG 중심 타선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현수가 먼저 김유성의 144㎞/h 직구를 통타해 1타점 우중간 2루타를 때렸다. 김현수의 적시타 후 타석에 들어선 오스틴도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단숨에 3-0 리드를 만들었다.
타선이 가져온 기세는 디트릭 엔스가 이어받았다. 시즌 중 평균자책점이 5.43(5월 27일 기준)까지 치솟았던 엔스는 염경엽 감독이 "외국인 투수 한 명은 일단 바꾼다고 생각하고 차명석 단장이 출국했다"고 말한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 이후 달라졌다. 그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그는 2일 두산전도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6승을 거뒀다.
결승타에 이어 쐐기를 박은 것도 김현수였다. 2회 내야안타를 추가한 그는 6회 세 번째 타석 때 대포를 가동했다. 두산 이병헌이 던진 바깥쪽 150㎞/h 직구를 '타격 기계'답게 가볍게 밀어 왼쪽 담장 너머로 쏘아 올렸다. 시즌 6호포. LG 타선은 9회에도 대폭발했다. 1타점 2루타 2개가 나온 후 오스틴의 투런포, 문보경의 솔로포로 한 이닝 5득점째를 채우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2022년(10승 6패) 2023년(11승 5패) 우위를 점했던 LG는 두산전 첫 5경기에서 1승 4패로 열세에 놓인 바 있다. 지난해 1위와 5위로 차이났던 순위 싸움도 두산에 반 경기 차 우위(5월 30일 기준 2위)를 내줘야 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31일 주말 연전에 앞서 "못 치니까 진 것"이라며 타선의 분전을 촉구했다.
염 감독의 주문대로 타선이 3연전 스윕승의 주역이 됐다. LG는 지난달 31일 시리즈 첫 경기에선 1번 타자 홍창기가 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 2번 타자 문성주가 5타수 5안타를 쳐 6-3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 2차전(1일) 때는 오스틴이 나섰다. 4번 타자로 나선 그는 5타수 3안타(2홈런) 1볼넷 2타점 3득점으로 불을 뿜었다. 특히 9회 초 2사 상황에서 두산 마무리 홍건희에게 동점포를 기록, 팀이 연장 승부 끝에 역전승을 거두는 일등 공신이 됐다.
김현수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1일 경기에서도 11회 쐐기 홈런을 쳤던 김현수는 2일 경기에선 결승타와 쐐기포를 모두 독식하며 라이벌 매치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타선의 활약 덕분에 싹쓸이 승리를 거둔 LG는 이로써 두산과 4승 4패를 기록, 상대 전적에서 다시 동률로 맞추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