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위치(Ball Position)가 말을 한다. 공을 어디에 놓고 치느냐에 따라 샷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다면 이미 상당한 실력자이다.
공 위치는 원근과 좌우 그리고 상하가 있다. 공을 내 몸에서 얼마나 멀리 두느냐에 따라 원근으로 나눈다. 당연히 몸에서 멀리 두면 원이고 가까이 두면 근이다. 또 공을 얼마나 왼쪽 또는 오른쪽에 두느냐에 따라 좌우로 나눈다. 상하는 공의 높이로, 티를 얼마나 높게 꽂느냐를 말한다.
원근부터 짚어 보자. 공을 몸에서 멀리 두면 장점이 있다. 멀리 놓은 공을 치려면 상체를 앞으로 더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때 자연스럽게 상·하체가 분리된다. 이처럼 숙인 자세를 유지한 채 다운스윙을 할 수만 있다면 공에 임팩트를 줄 수 있다.
단점도 있다. 강하게 스윙을 하려고 하면 몸이 벌떡 일어나서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는 점이다. 라운드 후반에 힘이 빠져서 상체를 충분히 숙이지 못하면 샷 난조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비해 공을 가까이 두면 가파르게 클럽을 들어 올려 높은 탄도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껍게 맞거나 톱핑(topping·공의 윗부분을 치는 일)을 내기 쉽다는 건 단점이다. 임팩트할 때에 골반을 충분히 열지 못하면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공을 가까이 두다 보니 몸통과 팔이 지나갈 공간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공을 가까이 둔 상태에서 척추 각을 유지하고 다운스윙을 하면, 흔히 뒤땅이라고 말하는 더프(duff)가 난다. 운동감각이 좋은 골퍼라면 같은 상황에서 톱핑을 잘 낸다.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척추 각을 세워서 공간을 확보하려다가 톱핑을 내는 것이다. 임팩트를 줄 때 골반을 충분히 열고 칠 수만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좌우도 중요하다. 공을 왼쪽에 놓고 치면 더 시원하게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언 샷이라면 공을 더 높이 띄울 수 있다. 왼쪽에 두는 샷의 장점은 체중 이동을 충분히 잘할 때 발휘된다. 체중 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클럽 페이스가 공에 닿기 전에 잔디를 먼저 치기 쉽다. 더프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아니면 클럽 헤드가 최저점을 지나 올라가는 길에 공을 맞혀서 톱핑이 나거나.
공을 오른쪽에 두면 어떨까.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다운 블로우로 공을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탄도가 낮은 것은 단점이다. 스웨이(sway)를 많이 할 경우에는 톱핑으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스웨이란 스윙을 할 때 몸이 좌우로 많이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공을 오른쪽에 두고 다운스윙을 할 때 목표 쪽으로 몸을 스웨이 하면 여지없이 톱핑이 난다.
공이 놓인 자리를 감안해 좌우를 정해야 할 때도 많다. 경사면에 공이 있을 때다. 이때 뱁새 김 프로의 원칙은 간단하다. 체중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면 무조건 평소보다 오른쪽에 공을 놓는다.
상하도 상당히 중요하다. 드라이버 티샷을 한다면 티 높이에 따라 공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티를 높게 꽂으면 슬라이스가 나기 쉽다. 올려 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낮게 꽂으면 클럽 페이스를 닫고 쳐서 훅이 나는 경우가 많다. 스윙 방법에 따라 이 부분은 다른 경우도 있으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결국 원근과 좌우 그리고 상하를 조합해서 공 위치를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멀리 왼쪽에 둘 것이냐, 가까이 오른쪽에 둘 것이냐 하는 식으로 말이다. 티를 꽂는 샷은 상하까지 감안해야 하니 경우의 수가 훨씬 늘어난다.
공 위치는 딱 집어서 말해 줄 수는 없다. 골퍼마다 스윙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신체 조건도 다르다. 신체 조건 중 가장 영향을 크게 끼치는 것은 팔 길이와 상·하체 비율이다. 골프 교습가가 일러준 자리에 공을 놓고 치는데도 잘 맞지 않는다면? 팔이 남보다 길거나 짧아서 그럴 수 있다. 팔이 더 길다면 아이언 샷을 할 때 공을 더 우측에 두어야 한다. 공을 조금 더 멀리 두거나. 짧다면 반대로 하면 된다. 하체가 짧은, 이른바 ‘숏다리’라면 팔이 긴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에이, 공 위치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그렇다. 멀쩡하게 잘 칠 상황에서 공을 잘못된 자리에 놓아서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 스윙 몇 번을 실수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다행이다. 스윙이 근본적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자꾸 두껍게 맞거나 톱핑을 내다보면 스윙이 거칠어진다. 리듬과 템포가 빨라지면 바로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면 평소보다 멀게 또는 가까이 놓고도 쳐보기 바란다. 보통 때보다 더 왼쪽이나 오른쪽에 놓고도 샷을 해 보고. 티 높이도 다르게 하면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교과서는 표준을 가르친다. 그 표준을 자신에 맞게 조금씩 바꿔야 한다. 공 위치라면 원근과 좌우 그리고 상하를 달리해서 말이다.
1년 넘게 칼럼을 쓰면서 이렇게 한 부분을 세밀하게 설명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꼭 이해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뱁새도 잊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