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준으로 경기도 성남시에는 모두 세 곳(모란, 탄천, 백현)의 리틀야구장이 존재한다. 이중 리틀야구 전용구장은 분당구에 위치한 백현구장뿐이다.
백현구장의 인프라도 상당히 낙후됐다. 인조 잔디 구장이 대중화된 시대지만, 백현구장의 그라운드는 여전히 흙으로 덮여 있다. 자연히 제대로 된 훈련도 쉽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출신인 김광림 분당리틀B 감독은 본지와 만나 "흙마다 원체 큰 돌이 박혀 빼기도 쉽지 않다. 돌을 빼내도 흙이 크게 파이니 학생들이 뛰기 어렵다"며 "처음엔 펑고도 제대로 못 쳤다. 지금도 수비 훈련 때는 선수 정면으로 치지 못한다. 타구를 수비수 옆으로 약하게 보내야 한다고 코치와 선수들에게 신신당부한다"고 전했다.
라이트가 없어서 야간 훈련도 어렵다. 김광림 감독은 "해가 일찍 지는 시기엔 구장 밖에서 학부모들의 자동차 라이트를 켜기도 한다. B팀은 리틀구장과 사회인구장을 번갈아 써 훈련 시간에 제약이 있다. 라이트가 없으니 훈련을 더 짧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분당리틀B는 리틀야구 최고 대회인 제19회 도미노피자기에서 B조 우승했다. 분당리틀B의 학부모 A는 "우리 팀은 이번 대회에서 언더독 중에 언더독으로 꼽혔는데, 강팀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기적 같은 결과를 냈다. 지역 대표로 좋은 성과를 냈는데, 시에서도 (시설 개선을) 한 번 더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설 낙후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성남시는 백현 지역에 백현 마이스(MICE, 기업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도시개발사업 사업을 펼치면서 백현구장을 곧 철거하기로 했다. 오래 유지할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성남시도 정비를 꺼린다. 학부모 A는 "구장 정비, 라이트 설치 요청이 들어와도 시에서는 곧 철거될 구장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성남시는 수정구 양지공원에 대체 구장을 조성하려 한다. 다만 지리적으로 백현구장과의 거리가 떨어진 탓에 분당구 주민들이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진통 끝에 해결책이 나올 거로 보인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4월 박은미(국민의 힘) 부의장이 올린 '분당권 리틀야구장 설립 요청 청원'을 본회의에 채택했다.
김광림 감독과 학부모들은 "분당구에서 양지공원까지 가려면 길이 막히지 않아도 차로 30~40분이 소요된다. 아이들이 하교 후 훈련을 받고 퇴근 시간대에 돌아오면 시간 소요가 더 심해진다. 차라리 강남을 다녀오는 게 나을 정도"라며 "다행히 분당 구장 건이 시의회에 채택됐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시에서 백현구장의 인프라 개선도 고려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