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소속된 에이전시와 계약하며 자신의 꿈인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설렘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김혜성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비즈니스센터에서 CAA 스포츠와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CAA 스포츠 베이스볼은 지난해 12월 오타니와 LA 다저스의 북미 스포츠 역대 최고 계약(10년 7억 달러) 성사를 이끈 네즈 발레로 에이전트가 공동 대표로 있는 에이전시다. MLB 선수 121명, 100명이 넘는 마이너리거가 소속돼 있다.
발레로는 이날 영상 메시지로 김혜성과 동행을 축하했고, 그와 함께 대표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전 빅리거 마이크 니키스는 계약 체결식에 직접 자리했다. 니키스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김혜성에게 관심이 있었고, 지난 3월 열린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LA 다저스 투수 바비 밀러의 강속구를 공략해 장타를 친 것을 인상적으로 보기도 했다"라며 김혜성과 계약한 배경을 전했다. 이어 니키스는 "좋은 툴을 많이 갖고 있다. 유격수와 2루수뿐 아니라 외야수도 소화할 수 있다. 많은 팀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계약 규모 전망, 바로미터로 삼을 수 있는 MLB 또는 국제 무대 자유계약선수(FA)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말을 아꼈지만, 김혜성의 빅리그 입성을 의심하지 않는 기운을 보여줬다.
김혜성은 "축하한다"라는 취재진 인사에 "축하는 계약하고 받고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아직 빅리그 구단과 협상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 소속팀 정규시즌 레이스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자신의 포부나 각오를 전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이슈에 대해서는 생각을 전했다. 일단 선호하는 팀이나 지역이 있느냐는 물음에 김혜성은 "아직 시작 단계다. 내가 선호하는 팀보다 중요한 건, 팀에서 나를 원하는 것이다. 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시즌 2루수로 뛰었던 김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전환을 팀에 요청했다. 수비력을 MLB 스카우트들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단은 팀 비전을 고려해 김혜성은 그대로 2루, 젊은 선수들을 유격수로 쓰기도 했다.
포지션 이슈도 유연하게 대처한다. 김혜성은 "고교 시절 가장 많이 소화했던 자리가 유격수라 애착이 있는 건 맞지만 집착하지 않는다. 야구 선수를 하다 보면 언젠가 유격수를 맡을 수도 있다. 나는 2루수 김혜성이 아니라, 야구 선수 김혜성이다. 어떤 포지션이든 준비를 잘 할 것"이라며 웃었다.
한 취재진이 주전으로 뛸 확률이 높은 팀과 몸값을 훨씬 많이 주는 팀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물었다. 김혜성은 "아무래도 시합에서 뛰기 위해, 내 목표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조건에 맞는 팀을 선택할 것 같다"라고 했다. 돈보다는 출전 기회라는 기회였다.
김혜성은 이미 빅리그에 진출한 입단 동기 이정후(샌프란시스 자이언츠)의 조언을 받아 에이전시를 선택했다. 현재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그의 롤모델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혜성이다. 슈퍼스타 오타니와는 '소속사 식구'가 됐다. 김혜성은 김하성, 오타니를 향해 "같은 무대에서 뛰고 싶다"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