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출신 챔피언' 전가람(29)은 5년 만의 우승 달성 후 좀처럼 흥분히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마지막 홀 생각지도 못한 버디로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제네시스 대상을 꼭 한 번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가람은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 전통의 대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따내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했다. 공동 2위 그룹 배상문과 김홍택·이대한(이상 14언더파 270타)을 세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3억2000만원을 차지했다. 2019년 휴온스 엘라비에 셀레브러티 프로암 이후 5년 만에 따낸 통산 3번째 우승이다.
그는 "5년 만에 우승했다. 군 복무 기간도 있었지만 지난해 우승을 할 줄 알았는데 놓쳤다"면서 "마지막 날 우승 경쟁하다 보니 겁을 먹어서인지 8번 홀 전까지 계속 퍼트가 짧았다. 한두 번 우승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닌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전가람은 고교 3학년 때 KPGA 정회원 자격을 땄지만, 부친의 사업이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치킨 배달에 이어 골프장 캐디로도 일했다. 2018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 후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2022년 12월 전역한 전가람은 지난해 두 번이나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에도 두 차례 톱10에 올랐다. 다만 KPGA 선수권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총 6차례 출전해 두 차례 기권, 네 번은 컷 탈락했다. KPGA 선수권에서 한 번도 상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후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컷 통과"라고 말했다.
KPGA 선수권은 올해로 67번째를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다. 1958년 6월 12일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로 첫 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렸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회이기도 하다. 총상금은 16억원으로 KPGA 투어 단독 주관 대회 중 최다 상금 규모다.
전가람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큰 대회에서 부진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그는 "가족을 부양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고 이에 책임감도 커졌다"며 "그래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앞두지 않았다면 무너졌을지 모른다. 가족을 지켜야하니 공 하나라도 더 치려고 했다. 연습으로 중압감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전가람은 올 시즌 목표가 제네시스 포인트 30위 이내 진입이었다고 한다. 그는 "랭킹 30위 안에 포함되려면 우승도 한 번 해야 하고 진짜 잘쳐야 한다"며 "대상을 꼭 한 번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