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출신 챔피언' 전가람(29)은 5년 만의 우승 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기쁜 마너지 "나이스"라고 외쳤다.
전가람은 지난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 전통의 대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따내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그룹 배상문과 김홍택·이대한(이상 14언더파 270타)을 세 타 차로 따돌렸다.
2019년 휴온스 엘라비에 셀레브러티 프로암 이후 5년 만에 감격스러운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전가람은 "지난해 준우승한 'KPGA 군산CC 오픈'에서 솔직히 우승할 줄 알았다. 근데 투어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후배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고 순위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오늘도 우승 경쟁을 하면서 당시 생각이 많이 났다. ‘끝나봐야 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KPGA 선수권은 올해로 67번째를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로 KPGA 투어 단독 주관 대회 중 최다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우승 상금은 3억 2000만원이다.
올해 12월 결혼 예정인 그는 "우승 상금으로는 신혼집을 구하는데 보태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전가람은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책임감이 남달라졌다. 주위 선배들도 '가람이는 결혼하면 정말 잘할 것'이라고 했는데 신기하게 그 말이 맞다"며 "그동안 상금 큰 시합에서는 부진했다. 상금 규모가 10억 원 이하인 대회에서 잘했다. 그런데 결혼을 올해 하게 되니까 가족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다 보니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연습량도 자연스럽게 늘게 됐다"고 말했다.
전가람이 우승 상금보다 더 의미를 부여한 게 있었다. 그는 "사실상 메이저 대회인, 국내 최고 권위의 'KPGA 선수권대회'의 타이틀을 얻었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보유하고 있던 시드가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됐다. 우승 상금보다 5년(2025~29년) 시드 확보한 것이 내게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가람은 이후 우승 상금 사용 계획을 밝히면서 "나이스"라고 외쳤다.
전가람은 고교 3학년 때 KPGA 정회원 자격을 땄지만,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짧인 기간이었지만 치킨 배달에 이어 골프장 캐디로도 일한 적 있다. 출입국관리소 교도대원으로 복무하고 2022년 12월 전역했다.
그는 "군대 가기 전까지는 레슨을 잘 안 받았다. 혼자 감각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었다. 지난해 준우승한 ‘KPGA 군산CC 오픈’ 대회 2주전에 염동훈 프로님께 찾아가 레슨을 받았다. 당시 공이 정말 잘 안 맞았다. 염동훈 프로님께 가서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상담을 했고 다다음주에 준우승을 했다. 그 이후부터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금도 염동훈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5년 만의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한 그는 "올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였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출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정도 확률도 생겼고 조금 더 분발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을 목표로 삼겠다"고 포부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