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르게 899승을 수확했던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의 900승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친정 팀 NC 다이노스에 단 1승도 얻지 못한 가운데 또 다른 친정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900번째 승리를 노린다.
한화는 11일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3연전을 펼친다. 김경문 감독에겐 1982년 선수로 데뷔했고, 2004년 감독으로도 데뷔한 고향과도 같은 팀이다. 20년 전 감독 세대 교체를 일으켰던 김 감독이 이제는 최고령 감독으로 현장에 돌아와 두산과 마주하게 됐다.
상대 감독도 인연이 깊다. NC에서 만났던 강인권 감독은 선수와 코치, 감독과 코치로 알고 지냈다면 두산에서 만날 이승엽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함께 합작했던 사이다. 당시 이승엽 감독이 오랜 기간 부진했는데도 김 감독은 뚝심으로 믿고 기용했고, 이 감독이 결과로 보답하며 우승으로 이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부임하고 후배 감독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다들 잘 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기며 "승부는 승부니 재밌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한화 부임 전 통산 896승을 기록하던 김경문 감독은 독수리 유니폼을 입자마자 주중 KT 위즈 3연전을 쓸어담고 899승에 도달했다. 주말 동안 딱 1승만 추가해도 김응용 전 한화 감독, 김성근 전 한화 감독, 김인식 전 한화 감독,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 강병철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 이어 여섯 번째 9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NC 시리즈 결과는 1무 2패. 한화에 오기 전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맡았던 전 소속 팀은 김 감독에게 단 1승도 내주지 않았다.
방망이가 문제였다. 한화는 주중 KT 3연전에서 총 26득점을 몰아치며 여유롭게 승리를 가져갔다. 앞서 5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전 도중 펜스에 충돌해 이탈한 요나단 페라자 없이도 KT 마운드를 폭격했다. 안치홍, 채은성, 노시환 등 중심 타자들이 살아났고 김 감독이 기회를 부여한 유로결, 장진혁, 황영묵 등도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주말 그 방망이가 모두 식었다. 3경기 합쳐 한화가 낸 점수는 겨우 7점에 불과했다. 9일 NC전이 화룡점정이었다. 13안타 7볼넷으로 수없이 기회를 만들었으나 들여보내질 못했다. 잔루가 17개에 달했다. 4번 타자 노시환이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경기 통틀어 장타가 2루타 2개뿐이었던 것도 문제였다.
한화는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페라자를 9일 아예 말소했다. 매일 출전 가능 여부를 확인하면서 조율하느니 차라리 10일 동안 휴식에 전념하게 하고 어린 타자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주말 경기와 같은 '재료'로 득점력을 올려야 한다는 거다.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곽빈, 브랜든 와델 등 두산의 주요 투수들을 만나는 것도 불안 요소다.
한화도 선발진은 탄탄하다. 데뷔전에서 4이닝 2실점을 기록한 하이메 바리아가 11일 출격하는 데 이어 에이스 류현진, 리카르도 산체스도 연이어 등판할 예정이다. 하지만 투수가 잘 던져도 득점하지 못하면 9일 NC전처럼 이길 수 없다. '달감독'의 900승은 방망이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