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중국 팬들을 향해 ‘3-0’이라는 제스처를 선보이며 도발에 응수했다. 정작 먼저 도발한 중국 팬들은 “다리를 차서 부러뜨려라”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한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중국을 1-0으로 제압했다. 후반 16분 이강인의 선제 결승 골이 나왔다. 한국은 조별리그 5승 1무(승점 16)라는 성적표와 함께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중국은 자칫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결국 3위 태국(승점 8)과 승자승에서 앞서 간신히 다음 단계 진출에 성공했다.
한편 이날 경기 중 화제를 모은 건 중국 팬들을 향한 손흥민의 제스처였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약 3000명에 달하는 중국 원정 팬이 집결했다. 이들은 경기 초반부터 한국을 향해 거센 야유를 쏟아냈다. 한국 선수의 파울이 나올 때마다 거센 항의를 함께하기도 했다.
눈길을 끈 건 손흥민의 대응이었다. 그는 전반 막바지 중국 팬을 향해 손으로 ‘3-0’을 표현했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첫 대결에서 3-0 완승을 거둔 것을 언급한 셈이다. 경기 뒤 손흥민은 “내가 야유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 우리 홈경기장에서 그렇게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 팬들도 중국으로부터 무시받는 느낌이 들어 제스처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도발이자 승리 예고는,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후반 16분 손흥민의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향했고, 흘러나온 공을 이강인이 정확하게 밀어 넣으며 중국의 단단했던 골문을 열었다. 이후 손흥민은 화려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정작 중국 팬들은 손흥민의 제스처에 화가 단단히 난 모양새다. 이날 중국 매체 소후닷컴에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사진이 게시됐다. 손흥민의 ‘3-0 제스처’ 역시 함께 올라왔다. 이 게시글, 관련 보도를 접한 팬들은 매체를 통해 “다리를 차서 부러뜨려라” “눈을 뜨고 거짓말을 해라” “(손흥민의 발언은) 넌센스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나란히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오는 9월부터 열리는 최종예선은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열린다. 각 조 1위와 2위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3위와 4위는 4차 예선으로 향해 2개 조 풀리그를 소화한다. 1위가 추가로 직행하며, 2위는 5차 예선까지 이어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