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평균자책점이 드디어 3점대까지 떨어졌다. 이제야 그의 성적표가 메이저리그(MLB)를 다녀온 에이스에 가까워지고 있다.
류현진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을 7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막았다.
지난 5월 14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최근 4경기에서 모두 호투했던 류현진은 이날 역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이어갔다. 1회 때 헨리 라모스에게 번트 안타를 허용했을 뿐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류현진은 4회까지 매 이닝 안타는 맞았으나 특유의 허허실실 투구로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런데 3-0으로 리드하던 5회 갑자기 위기가 왔다. 류현진 본인의 문제는 아니었다. 첫 타자 김기연에게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는데, 유격수 이도윤의 1루 송구가 빗나가면서 졸지에 무사 2루 위기에 놓였다.
실책은 곧 실점이 됐다. 후속 타자 전민재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조금 높이 들어오자 가볍게 당겨서 좌중간 적시타로 그에게 첫 실점을 안겼다. 이어 노련한 김재호도 가볍게 중전 안타로 류현진을 압박했다.
불은 갈수록 커졌다. 두산은 '도루왕' 조수행이 류현진을 상대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번트 타구는 절묘하게 타석 왼쪽으로 떨어졌고, 투수 류현진이 재빨리 달려갔으나 '최고속' 조수행은 여유롭게 1루로 슬라이딩한 뒤였다. 무사 만루.
실책으로 시작된 위기였으나 되려 류현진의 멘털이 빛났다. 류현진은 첫 타자 라모스에게 커터로 유격수 병살타를 유도, 한 점과 아웃 카운트 두 개를 맞바꿨다. 이어 허경민에게도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6회도 위기가 왔으나 이겨냈다. 친구 양의지가 그의 초구를 공략해 선두 타자 안타를 쳐냈고,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친 김재환이 3연속 안타로 1·2루 상황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노련했다. 류현진은 첫 타자 양석환에게 체인지업으로 짧은 비거리의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고, 김기연에게도 포수 인필드플라이로 가볍게 2사를 잡아냈다. 마지막 전민재마저 유격수 땅볼로 마무리. 투구 수는 단 83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호투에도 시즌 5승 수확에는 실패했다. 전날 필승조가 쉬어 간 한화는 7회부터 김규연을 올려 불펜을 가동했다. 하지만 1루수 안치홍의 실책이 빌미가 돼 동점을 허용, 류현진은 또 다시 승리를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비록 승리는 추가하지 못했으나 평균자책점을 낮춘 건 위안이 될 법 하다. 류현진은 이날 비자책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4.09에서 3.75까지 낮췄다. 지난달 14일까지 5점대에 머물렀던 그의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내려간 건 3월 29일 KT 위즈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