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은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모처럼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주전 포수 최재훈이 전날 허벅지 불편감을 느끼면서 휴식을 취한 덕이었다. 주전 공백은 없었다. 11일에도 최재훈 대신 2타수 2안타를 친 이재원은 12일엔 4타수 3안타로 이틀 연속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의외의 활약이다. 이재원은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타격 성적이 나빠졌다. 급기야 지난해 타율이 0.091까지 떨어졌다. 결국 소속 팀이었던 SSG 랜더스에 방출을 요청했고, 그 결과 올해 한화로 이적했다. 한화에서도 타율이 0.179를 기록하다가 4월 30일 말소됐는데, 11일과 12일 활약 덕에 타율이 0.294까지 올라왔다.
이재원은 활약에도 담담했다. 그는 "일단 타석에서 느낌은 괜찮다. 하지만 지금 뭐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건 시기상조"며 "앞으로 결과가 꾸준히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좋아졌는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면 확신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친정 팀을 떠난 만큼 이재원 스스로 많은 걸 내려놨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 있었다. 그럴 때 김경문 감독이 이재원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이재원은 한화에서 김경문 감독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라며 웃었다. 이재원은 "기사를 통해 감독님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이재원에 대해 "우승도 해봤고,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서운하게 (선수 생활을) 끝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원의 커리어를 존중해 주고 싶다는 뜻이다. 주전 포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이재원의 기용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이재원은 "사실 나이를 먹으면 기대가 떨어지고, (기량 회복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주위에서 많이 한다. 그래서 나도 좀 위축됐는데 감독님께서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셨다"며 "한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최선을 다해 실망하시게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재원은 "한화에 오면서 새로운 걸 배우겠다고 다짐했는데,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날 호흡 맞춘 동갑내기 류현진에 대해서도 "현진이는 경기를 직접 준비하고 공 배합도 리드한다. 그래서 나는 블로킹이나 송구에 더 신경 쓴다. 메이저리그(MLB) 스타일이라더라"고 했다.
이재원은 주전을 백업하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 그는 "주전 포수인 재훈이가 있다. 난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 팀에 확실한 주전 포수가 딱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팀에도 기준이 서는 법"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