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했던 2군 생활을 견뎌내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기대주 김영준(25)이 LG 트윈스 마운드에 단비를 뿌렸다.
김영준은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소속팀 LG가 3-8로 지고 있던 8회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LG는 8·9회 타선이 터지며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0회 신민재가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치며 9-8로 역전승했다. 승리 투수가 된 김영준은 경기 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어떻게 던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영준은 2018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한 기대주였다. 데뷔 시즌(2018)은 1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군 복무를 마친 뒤 2022~2023시즌은 1군에서 3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16일 롯데전은 김영준이 1군에서 431일 만에 등판한 경기였다. 선발 투수 임찬규·최원태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불펜진 과부하가 커진 상황에서 기회를 얻었다. 비록 패전조 임무를 수행했지만, 김영준으로선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준은 길었던 2군 생활에 대해 "죽고 싶을 정도였다. 프로 선수는 1군에서 뛰지 않으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매일 고통스러웠다"라면서도 "그래도 (1군에서 호투하는) 이런 순간을 기다리며 버텨냈다. 그동안 1군만 오면 부담감이 커졌는데,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던진다면 빨리 자리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김영준을 지명한 LG의 안목이 틀렸다고 비난한 목소리가 있었다. 같은 해 다른 서울 연고팀 1차 지명 선수인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곽빈(두산 베어스)이 리그 대표 투수로 성장해 이런 여론이 더 커졌다.
김영준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침 LG는 이번 주에도 선발 로테이션에 공석이 있다. 김영준이 대체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영준은 "보직은 감독님이 정해주는 대로 맡아야 한다. (투수로서 기량을) 더 채워가면서 가능한 한 길게 1군에 붙어있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