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방한을 약 한 달 앞둔 상황서 '주장'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토트넘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듯, 수수방관하고 있다. 손흥민과 한국 팬을 넘어 아시아 팬들을 향한 존중은 있는지 의문이다.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는 최근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세타에 나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른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동양인의 얼굴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은 주로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인다. 그동안 축구계는 인종차별로 홍역을 앓았는데, 팀 동료가 자기 동료에게 뱉은 말이라 세간의 충격은 더욱 컸다. '무지'는 더 이상 핑계가 되긴 어렵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해 축구계는 오랜 기간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성난 민심을 파악한 벤탄쿠르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성의 없는 사과문은 팬들의 분노를 더욱 끓어오르게 했다. 벤탄쿠르는 24시간이면 흔적이 남지 않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해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심지어 반성문 첫머리에 쓴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의 철자도 ‘SONY’라고 적어 뭇매를 맞았다. 분명 벤탄쿠르의 진심을 찾아보기 어려운 글이었다.
벤탄쿠르는 달랑 성의 없는 사과문을 올린 뒤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느끼는지, 우루과이 대표팀 훈련 사진과 유니폼 착장샷 등을 줄줄이 게시하며 SNS(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다시금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인종차별 사건에 얽힌 두 선수의 소속팀인 토트넘은 묵묵부답이다. 시즌 중 벌어진 사태는 아니지만, 팀 동료 사이에 인종차별이 벌어졌는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미 BBC 등 유력 매체의 보도가 있었지만, 토트넘은 팬들의 항의 댓글을 지우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명백한 벤탄쿠르의 잘못을 은폐하기 바쁜 것이다.
인종차별이 벌어진 지 사흘도 더 지났지만, 토트넘은 어떤 입장문도 내지 않고 있다. 평소처럼 SNS에 유니폼 홍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출전한 소속 선수 알리기에 바쁘다. 팬들의 항의 댓글 등은 여전히 쏟아지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분명 토트넘의 현 자세는 ‘글로벌 구단’과는 거리가 멀다. 손흥민의 존재 덕에 한국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경덕 교수, 모델 혜박 등은 벤탄쿠르에게 엄중한 징계를 내리는 동시에 손흥민을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트넘이 뒤늦게라도 세인이 내는 마뜩잖은 목소리에 반응할지가 관심사다.
토트넘은 내달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와 팀 K리그, 바이에른 뮌헨과 친선전 2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팬이 "아시아 투어를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토트넘이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려면, 이번 사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구단 차원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는 게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사태이기에 벤탄쿠르에게 수위 높은 징계를 내리는 것도 이번 사태를 잠재우는 데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축구 팬은 이번 사건을 좌시하는 토트넘을 반길 만큼 우매하지 않다. 토트넘의 결단만이 아시아 투어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