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 거포' 오재일(38)은 KT 위즈 이적 뒤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18일 롯데 자이언츠전(2안타·2타점)을 마친 뒤 이강철 감독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달 28일 박병호와 트레이드로 갑작스럽게 유니폼을 바꿔 입은 그는 한동안 생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2005년 프로 무대 입단한 베테랑이고, 이적도 두 번이나 경험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있었다.
안그래도 시즌 초반 이름값·몸값을 하지 못해 안 좋은 페이스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 낯선 환경에서 돌리는 배트는 유독 무거웠다.
그런 오재일에게 힘을 준 게 이강철 감독이다. 오재일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따뜻한 감독님은 처음 만나본다. 항상 힘을 내라며 여러 얘기를 해준다"라고 전했다. 먼저 다가와 말을 걸고, 어려움을 묻고,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 것. 이강철 감독은 2019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프로 야구단(KT) 지휘봉을 잡았고, 한결 같이 '소통하는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그가 '덕장(德將)'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튿날(19일)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에게 오재일의 진심을 전하자, 이강철 감독은 민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날이 이렇게 더운데 뭐가 따뜻하다는 얘기인가"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어 "특별히 해준 말이 없다"라고 손가래쳤다.
이강철 감독은 오재일의 합류가 반갑다. 현재 주전 1루수이자 '전' 4번 타자 박병호(삼성 라이온즈)를 밀어낸 문상철은 아직 풀타임을 치른 경험이 없다. 이강철 감독은 "1루에 (문)상철 한 명망 있었다면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질 것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했다. 문상철은 우타자, 오재일은 좌타자라는 점도 이상적인 조합으로 본다. 전 4번 타자 박병호는 우타자였다.
이강철 감독은 "(오)재일이가 1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홈런을 친 뒤 심적으로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우리 선수이고, 함께 갈 선수인데 기 살려주는 게 당연하다"라며 웃었다.
오재일은 18일 롯데전에 이어 19일 롯데전에서도 2안타를 치며, KT 이적 뒤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 왕조를 이끈 주전 1루수이자, 50억원 몸값에 삼성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한 거포.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