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9일 KT 위즈전에서 그동안 약했던 상대 선발 투수 고영표를 폭격했다. 1회 초 황성빈·고승민·손호영·빅터 레이예스·나승엽이 연속 5안타를 치며 4득점했고, 2사 뒤 최항까지 적시타를 쳤다. 5이닝 동안 9안타 6득점을 해냈다.
그동안 고영표는 롯데 타선에 강했다. 통산 25경기에 등판해 8승을 거뒀고, 2점(2.47)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이날 그의 등판이 4월 2일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재활 치료를 마치고 나선 복귀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초반 난타는 의아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20일 경기를 앞두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과 달리 롯데 타자들이 배터 박스 앞쪽 모서리에 위치, 히팅 포인트를 의식적으로 앞두고 두고 쳤다는 것. 고영표처럼 주 무기가 체인지업인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는 의도로 보였다. 실제로 2회 이후에는 고영표도 투구에 변화를 주며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1회는 대응이 더졌다.
김태형 감독도 "잘 맞은 타구가 많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이 안타로 이어졌다. 김주찬 코치가 타석 위치를 앞으로 당기는 걸 권했고, 그게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라고 했다.
타자마다 선호하는 자리가 있다. 0.4초 만에 마운드에서 홈으로 도달하는 투구를 대처하기 위해선 자신의 루틴, 타격 지향점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배터 박스 위치 이동이라는 변화를 팀 차원에서 시도하긴 어렵다. 롯데는 고영표를 상대로 이걸 시도했고, 결과도 좋았다. 이날 롯데는 13-5 대승을 거두며 2연패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