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 선발 투수는 야유를 받았고, 14점 차로 앞서 있던 원정팀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상처 가득했던 '영-호 대제전'이었다.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시즌 9번째 맞대결에서 15-15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초반만 해도 분위기가 묘했다. 롯데 선발 나균안이 흔들렸다. 이날 나균안은 1⅔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져 7피안타(1피홈런) 6사사구 2삼진 8실점하며 일찌감치 KIA에 승기를 내줬다. 공교롭게도 나균안은 전날 늦은밤까지 술자리를 가진 것이 밝혀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과까지 좋지 않자, 나균안은 홈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발의 대량 실점과 조기 강판으로 초반 경기 구상이 틀어진 롯데는 3회 1실점, 4회 5실점을 추가하며 1-14까지 끌려갔다. 현도훈이 소방수로 나서 5회까지 3⅓이닝을 버텼으나 6실점(5자책)했다. 타선이 4회 말 고승민의 만루홈런을 비롯해 6득점하며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나,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었다. KIA의 승리는 당연해 보였고, 롯데의 승리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고승민의 만루포 이후로 롯데 타선이 각성했다. 5회 말 선두타자 이정훈과 정훈의 연속 안타와 박승욱의 땅볼, 황성빈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한 롯데는 6회와 7회 각각 3득점하며 기어코 13점 차를 뒤집었다. 6회 정훈의 3점포와 7회 고승민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롯데는 이정훈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KIA도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8회 초 대타로 나선 선두타자 이창진이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김태군의 희생번트와 2사 후 터진 홍종표의 적시타로 재동점을 만들었다. 15-15. KIA는 소크라테스의 안타로 1, 3루 기회를 만들었으나 역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어진 연장 승부에서 롯데는 10회 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잡았지만 장현식의 150km/h 직구를 공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승부는 15-15 무승부로 끝이 났다. 경기 시간은 5시간 20분. 13점 차 앞서 있던 KIA는 에이스 투수를 내보내고도 6명의 투수를 더 올려 마운드를 소모했고, 선발이 조기 강판된 롯데 역시 총 7명의 투수를 투입해 향후 경기 운용에 고민을 안겼다. 상처만 남은 영-호 대제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