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의 거취를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역풍' 때문이다. 권리를 포기하면 다른 팀에서 영입할 가능성이 있고 성적에 따라 후폭풍과 마주할 수 있다. 이숭용 SSG 감독도 "그 생각(리그 내 이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6주 단기 대체 선수로 영입된 시라카와의 계약은 7월 초 만료된다. 복사근 부상에서 회복, 퓨처스(2군)리그 등판을 시작한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복귀가 임박하면서 SSG로선 시라카와의 계약을 어떻게 정리할지 수일 내로 결정해야 한다. 일단 27일 인천 KT 위즈전 결과를 지켜본 뒤 내부 회의를 거칠 계획. KT전은 시라카와의 KBO리그 5번째 등판 경기다.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엘리아스를 1군에 등록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시라카와의 계약은 웨이버 절차를 통해 해지되고 선수는 '자유의 몸'이 된다. 만약 시라카와가 낫다고 판단하면 그와의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외국인 선수 교체 회수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현행 KBO리그 시즌 외국인 선수 교체 한도는 최대 2회. 이미 SSG는 로버트 더거를 드류 앤더슨으로 바꿨다. 시라카와의 계약 연장은 시즌 내 추가 외국인 선수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엘리아스와의 동행 가능성이 좀 더 커 보인다. 엘리아스는 26일 강화 상무전에 선발 등판, 김재현 SSG 단장과 이숭용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속 149㎞/h 직구를 꽂았다.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고 기량이 검증된 KBO리그 2년 차 파이어볼러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이닝 2실점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시라카와가 '자유의 몸'이 되면 KBO리그 내 다른 팀에서 군침을 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미 KBO리그 적응을 마친 자원 아닌가. 대체 외국인 선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충분히 영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SG 입장에선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시라카와가 KBO리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보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게 이상적이다. 시라카와를 포기했는데 그가 다른 팀에서 활약하면 그것만큼 난감한 게 없을 거다.
이숭용 감독은 "시라카와와 짧게 얘길 해봤는데 일본 프로야구(NPB)에 대한 꿈이 어렸을 때부터 크더라. (NPB 거취를 결정하는 게) 10월로 알고 있는데 (KBO리그 내) 다른 구단에서 콜을 하더라도 (포스트시즌을 고려하면) 본인의 꿈이 건너갈 수 있다"며 "만약 우리가 선택하면 그 부분을 풀어야 하기도 한다. 언제든 올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져 있으니까, 본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꿈을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O리그 내 이적보다 일본 복귀가 낫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시라카와는 영입 당시엔 기대가 크지 않았다. 일본 프로야구(NPB)가 아닌 일본 독립리그 출신으로 내세울 만한 커리어가 딱히 없었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했더라도 넉넉한 휴식을 보장받아 타이트한 KBO리그 일정을 어떻게 치러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꽤 인상적이다. 시즌 4경기에 선발 등판,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 중이다. 크게 무너진 지난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1과 3분의 1이닝 8실점)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1.65까지 내려간다. 지난 21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선 6과 3분의 1이닝 10탈삼진 2실점 쾌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