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던 박현경(24)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사상 최초로 2주 연속 연장전에서 우승했다. 상반기에 '커리어 하이'를 찍은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박현경은 지난 30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최예림(25)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이겼다.
지난 23일 끝난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서 4차 연장 접전 끝에 시즌 2승에 성공한 박현경은 일주일 만에 또 우승했다.
KLPGA 투어 역사상 2주 연속 연장전에서 우승한 이는 그가 처음이다. 박현경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2주 연속 우승 기록을 남길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기적처럼 정말 좋은 선물을 받았다"라며 기뻐했다.
이제는 '우승의 한'을 모두 풀었다. 박현경은 2021년 5월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우승(통산 3승) 이후 2년 반 가까이 준우승만 9차례나 했다. 이로 인해 '준우승 전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으로 910일 만에 정상에 오른 그는 올 시즌에만 3승을 올려 이예원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특히 통산 7승 중 4승(연장전 5회)을 연장에서 거뒀다.
박현경은 "9번의 준우승을 하면서 애를 쓰고 기를 쓰고 우승하려고 했을 땐 안됐던 게 이렇게 편하게 즐기면서 할 때 우승하니까 그 당시는 때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아버지와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출신 아버지 박세수 씨가 캐디를 맡고 있다. 박현경은 지난해 초 아버지 대신 전문 캐디를 고용했으나, 다시 아버지에게 "함께해달라"고 제안했다. 통산 7승 모두 '캐디' 아버지와 함께 일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박현경은 이날 18번 홀 연장전에서 5.2m 버디 퍼트에 성공했는데, 그는 "캐디인 아빠와 내가 의견이 맞으면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에는 거의 일치해서 자신감 있게 쳤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회 우승 후에도 "아버지의 존재가 우승의 원동력"이라면서 "캐디백이 정말 무겁다. 그런 아빠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아빠의 힘'으로 이렇게 캐디를 맡아주시는 것 같다"라며 고마워했다.
박현경은 새 목표 수립에 들어간다.
그는 "시즌 개막 전에는 올해 상금을 커리어 하이로 찍고, 10억 이상 벌어 통산 상금을 40억(현재 39억6917만1179원)을 넘기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은퇴 전에 10승을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올해 상금 8억 8663만원을 돌파, 종전 최고였던 지난해 상금(8억6024만원)을 경신했다. 하반기 남은 대회까지 고려하면 상금 10억 돌파는 무난하다. 최근 페이스라면 10승 달성도 충분해 보인다. 통산 상금 40억 돌파는 시간 문제다. 다음 대회에 바로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