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맞이한 KBO리그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여름 기간(7~8월)에 앞서 열리는 마지막 더블헤더 일정을 앞두고 '우천 노게임' 선언된 것이다. 선발 투수들만 소모한 팀 입장에서는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더블헤더 경기를 치른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비 예보가 있는데) 경기를 개시하면 투수만 소진된다. 다음날 더블헤더여서 마운드를 운용하기 더 어렵다"라면서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들의 체력 소모도 상당하다. 결국 선수들만 손해를 봤다"라고 토로했다.
삼성은 지난 29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4회까지 7-1로 앞섰다. 그러나 비가 쏟아져 노게임 선언됐다. 삼성 선발 백정현의 3과 3분의 1이닝 1실점 호투와 타자들의 기록이 모두 빗물에 휩쓸려 사라졌다. 홈런왕 레이스 중인 KT 멜 로하스 주니어의 시즌 22호 포도 없어졌다.
선발 카드를 소모한 양 팀은 30일 더블헤더에 정상적인 투수 로테이션을 가동하기 어려웠다. 이강철 KT 감독도 "(KT가 지고 있던 경기가 취소돼) 노게임이 다행이지만 (더블헤더에) 올릴 투수가 없다"라며 경기 도중 노게임된 다음날 더블헤더 경기를 치르는 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아쉬움이 더 클 박진만 감독은 전날(29일) 경기 중단 후 재개할 타이밍이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빗줄기가 잦아들었을 때 심판들이 그라운드에 나왔으나 경기는 재개되지 않았다. 이후 빗줄기가 굵어지자, 노게임을 선언했다.
박진만 감독은 "어제 (우천 중단 상황에서) 빗줄기가 줄어들었는데도 심판진이 비구름 레이더를 확인하고 비가 더 올 거라며 재개하지 않았다"라면서 "그렇다면 어제 경기 전엔 왜 레이더를 확인하지 않았나. 분명히 많은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왜 경기를 개시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선수들 체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백정현 선발 카드를 허무하게 낭비한 삼성은 더블헤더 2차전에 내보낼 선발 투수가 없어 고심했다. 결국 퓨처스(2군)에서 뛰었던 황동재가 전날 밤 급하게 올라 2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주전 3루수 김영웅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전부터 있었던 골반 통증이 전날 경기에서 심해졌다. 30일 더블헤더 경기에도 모두 결장했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이 손해를 봤다"라며 아쉬워했다.
29일 서울 잠실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SSG 랜더스가 두산 베어스에 7회 초 6-0 우천 콜드 게임으로 승리했는데, 이승엽 두산 감독이 심판진에 항의했다. 비슷한 조건에서 SSG에는 초 공격을 주고, 홈 팀인 두산에는 왜 말 공격 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어필이었다.
일단 경기를 시작하면 중단 및 취소 권한은 심판진에게 있다. 이에 박진만 감독은 "올해 판정 공정성을 위해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천 상황에 관해서도 명확한 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천 노게임으로 기세가 꺾인 삼성은 30일 KT와 더블헤더 두 경기에서 1무 1패를 거뒀다. 1차전에선 2-2 무승부를 거뒀지만, 2차전에선 1-2로 역전패했다. 28일 경기에서도 4-5 역전패를 당한 삼성은 KT와의 수원 '4연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대구로 내려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