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팔' 장재영(22·키움 히어로즈)이 야수 변신 후 녹록치 않은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장재영은 올 시즌 1군 9경기에 출장해 타율 0.172(29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성공적인 야수 데뷔전을 치른 후 계속 출장 기회를 얻고 있다.
2021년 키움 1차 지명 당시 장재영은 투수였다. 입단 계약금만 9억원. 2006년 한기주(당시 KIA 타이거즈·1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신인 계약금이었다. 최고 시속 157㎞/h의 빠른 공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장재영은 제구력과 부상에 발목이 잡혀 기대에 못 미쳤다. 1군 통산 56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에 머물렀다. 지난 5월 팔꿈치 저림 증상으로 검진을 받았는데,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권유를 받았다. 수술과 재활을 놓고 고심하던 장재영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더이상 투수가 아닌 타자로 나서기로 했다. 장재영은 고교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 4번 타자로 나설 정도로 타격에도 재능을 지녔다.
최근 고척돔에서 만난 장재영은 투수 시절을 돌아보며 "볼-스트라이크와 강박 속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했다. 투수로서 많이 부족했다"며 "연습으로도 (제구력 개선 등) 바뀌지 않는 모습을 봐서 조금이라도 빨리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직 나이도 어려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자로 전향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32(69타수 16안타)에 그쳤지만 홈런 5개(장타율 0.464)를 쏘아올려 지난달 20일 1군에 올라왔다.
'타자 장재영'은 1군 총 안타 5개 중 2루타 2개, 홈런 1개로 장타 비중이 높다.
다만 콘택트가 떨어진다. 1군 총 36타석에서 삼진만 17차례 당했다. 또 헛스윙률은 18.4%로, 리그 평균(9.6%)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야수 전향) 한 달 만에 볼-스트라이크를 제대로 고르는 건 쉽지 않다"라며 "공격과 수비 모두 적응 단계"라고 했다.
장재영은 "웬만한 웬만한 선발 투수는 변화구도 두 가지 이상 던져 공략하지 쉽지 않더라. 또 공이 빠른 투수는 타이밍 잡기도 어렵더라"면서 "(시속 150km 강속구를 구사한) 내 공도 그렇게 치기 쉬운 공은 아니었겠구나 생각한 적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오직 잘치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과 이대호, 이호준, 나성범(KIA 타이거즈) 등 프로 입단 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장재영은 "처음 맞대결하는 투수가 대부분이어서 직접 경험하고 조언을 구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재영은 지난 2일 LG전 펜스와 충돌하며 멋진 호수비를 선보였다. 좌익수 로니 도슨이 놀란 눈치였다. 그는 "외야 수비 때 시야가 넓어졌고 상황에 따라 펼쳐야 할 플레이도 많이 보고 배운다"고 했다.
팔꿈치 통증으로 야수 전향을 결정한 그는 "지금은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운동과 치료를 병행하면서도 크게 이상 없다. 외야에선 강하게 송구할 일이 거의 없다"고 웃었다.
장재영은 타자 전향 후 표정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는 "원래 표정을 밝았는데"라며 "타격이 재밌기보단 힘들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이니 배우려는 자세로 즐겁게 임한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