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국내 에이스 박세웅(29)을 출격시켰다. 롯데는 1회와 2회 총 6점을 내며 초반 리드도 잡았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경기였는데, 의외로 경기는 혼전이 됐고 두산의 8-13 승리로 마무리됐다.
두산이 대역전승을 이루는 동안 박세웅은 롯데 마운드를 지키지 못했다. 6-0 리드에서 시작한 2회부터 박세웅은 차곡차곡 실점을 내주기 시작했고, 결국 4이닝 투구 끝에 8피안타(1피홈런) 6실점으로 동점을 내줬다. 잃어버린 기세는 되돌아오지 못했고, 롯데는 접전 끝에 8회 말 만루 홈런을 맞고 승리를 내줬다.
믿었던 만큼 박세웅에 대한 아쉬움이 클 법 하다. 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의 부진 이유로 "변화구를 너무 많이 던졌다. 직구를 섞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구 비율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직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거다. 많이 던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타자가 아닌 주자에게 신경을 빼앗긴 것도 실점으로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주자를 신경쓰지 마라. 타자에 승부하라고 했다. 주자를 신경쓰면서 자꾸 어렵게 던지려고 한다. '줄 점수 준다고 생각하고, 타자 하나만 보고 해'라고 했다. 물론 그게 잘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너무 잘 던지려다 그런 것 같다. '진실의 방'으로 부르고 싶었다"고 껄껄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이 더 에이스답게 던지길 바란다. 그는 "좋은 공을 가지고 있고, 이런 경험이 별로 많진 않을 거다. 물론 감독이 말이야 쉽게 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이 자리에서 '붙어라' 말해봐야 실제 타자를 상대할 때는 피해가게 될 수 있다. 그런 과정도 잘 해서 이겨내야 진짜 에이스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다니엘 리오스 같은 투수들이 그랬다. 안 맞으려고 던지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왔으면 타자가 숨도 못 쉬게 몰아치며 던졌다. 반대로 자꾸 타자에게 흐름을 빼앗기며 던지면 경기가 힘들어지는 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