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울산 HD 팬들이 뿔났다. 대한축구협회(KFA)의 대책 없는 감독 빼가기에 울산 팬들은 상처받았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을 경질한 KFA는 넉 달 넘는 새 사령탑 선임 작업 끝에 홍명보 울산 감독을 선임했다. 2024시즌 돌입 전부터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는데, 순위 싸움이 한창인 7월이 돼서야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울산 팬들에게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홍명보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한 이임생 KFA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김광국 울산 대표와 합의를 이뤘지만, 울산 팬들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홍 감독이 불과 이레 전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한 터라 더 그렇다.
앞서 이번 시즌 돌입 전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언급될 때도 울산 팬들은 강력히 항의했다.
다만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의 선임)에는 “▶각급 대표팀의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 ▶협회는 제 1항의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KFA에서 소속팀 감독을 빼가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KFA가 현직 프로팀 사령탑을 시즌 중에 데려오면서 마땅한 위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선임 작업을 최종 단계 전까지 주도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도 지난 2월 “(K리그 감독을 뽑는다면) 결과가 나온 뒤 우리가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뭉뚱그려 답했다.
결국 K리그 팬들이 우려했던 일은 벌어졌고, 이임생 기술이사의 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종 후보 3인을 두고 장고 끝 홍명보 감독을 택한 이 기술이사는 “우리 K리그 팬 분들, 울산 팬 분들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울산 구단에서 홍명보 감독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했기에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 특히 울산 팬 분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나도 울산을 계속 응원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울산 팬들은 KFA의 선택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울산 서포터 처용전사는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며 “오늘(8일)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