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으로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참여했던 박주호 위원이 지난 5개월의 전력강화위원회 여정과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홍명보 감독 선임에 깜짝 놀란 ‘전력강화위원’ 박주호의 반응은 이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박주호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모두 말씀드린다’ 영상에서 지난 2월 출범한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과정 등을 소개했다. 영상 촬영 도중 홍명보 대표팀 감독 내정 소식이 발표됐는데, 정작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인 박주호조차 깜짝 놀란 게 포인트였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박주호가 속한 전력강화위의 존재가 사실상 무의미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박주호 위원은 “사실 (전력강화위 내부) 흐름이 계속 홍명보 감독님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안에서 있었다. 어쨌든 계속 언급하시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홍명보 감독님이) 인터뷰 때 안 하신다고 했기 때문에, 계속 (홍명보 감독을) 얘기하고 계시는 분들은 있더라도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박 위원은 “유로나 코파가 끝나가는 무렵이기 때문에, 차라리 한 달 더 밀리더라도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홍명보 감독님이 대표팀 감독을) 안 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라며 “(홍명보 감독 선임은) 정확한 절차, 회의 내용에서의 절차를 거친 건 절대 아니다. 아무것도 맞는 말이 없다. 대표팀 감독을 안 하신다고 했는데 된 것도, 며칠 안에 어떻게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해성 위원장과 이임생 총괄이사는 앞서 유럽에 왜 갔는지도 모르겠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누가 선임되더라도 절차에 맞고, 게임 플랜에 맞는 분이고 한국축구를 잘 이끌어가실 분이라면 그걸로 된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적어도 어떻게 흘러가는지, ‘홍명보 감독이 이래서 됐다’ 정도는 주위에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답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5개월 동안이 너무 허무하다”며 “앞으로 전력강화위원회는 있을 필요가 없다. 진짜 너무 허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전력강화위원회 행보에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위원은 “초반에 정해성 위원장님이 위원마다 2~3명의 감독들을 추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감독은 루벤 아모림 감독과 제시 마시 감독, 티아구 세아브라 감독이었다. 특히 제시 마시 감독을 컨택한 건 3월이었고, 이미 스스로 ‘나는 한국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정작 전력강화위 내부에서 누군지를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K리그 현직 감독 선임설에 대해서도 “이게 과연 알맞은 과정인가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박주호는 “대부분 후보에 들어오신 분들은 이미 다 팀이 있었다. 협회가 어느 정도 감독님과 이야기한 다음에 팀에 이야기하고, 팬분들한테도 이야기해서 스무스하게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울산 팬분들이 화가 많이 났다. 시위트럭이 와있고, 회의할 때도 난리가 났다”고 돌아봤다.
감독 후보가 추려진 뒤에는 치열한 회의도 없이 무작정 투표로 의견을 조율하려 한 전력강화위 회의 방식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주호 위원은 “황선홍, 박항서, 김도훈 감독이 후보였던 3월 임시 감독 때는 (회의도 없이 각자) 1~3순위를 적자는 거다.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나는 이유를 썼다”며 “새롭게 12명의 후보가 추려진 뒤에도 무작위로 투표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가 왜 이 감독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투표만 하자고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력강화위 내부 회의 내용이 곧바로 유출되거나, 전력강화위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기회로 본 위원들도 있었다고도 꼬집었다. 박주호는 “회의가 끝나면 정해성 위원장에게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의 내용이 회의 도중에 (기사로) 나갔다. 서로 유출하지 말자고 카톡으로 쓰자마자 바로 기사가 나왔다”며 “어떤 위원분들은 사리사사욕 채우기 위해, 연령별 감독이나 국가대표 임시 감독 등 빈 감독에 들어가려고 뒤에서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