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둔 서채현(21·노스페이스·서울시청)의 표정에는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무대를 앞둔 설렘이 그의 눈빛에 담겼다.
서채현은 고교 시절부터 ‘암벽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 중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10대 시절에 이미 세계선수권·올림픽·아시아선수권 등에서 출전과 수상 이력을 착실히 채웠다.
그랬던 서채현은 두 차례 눈물을 보였다. 도쿄 올림픽에서 최종 8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준우승을 거둔 뒤였다. 특히 AG에선 기상 악화로 인해 결승 무대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은메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눈물은 다 잊어버렸다. 최근 서울 영등포의 암장에서 본지와 만난 서채현은 새로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지난해 중요한 경기가 많았는데, 잘 풀리지 않아 힘든 점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잘 풀려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라고 돌아봤다.
그 말대로 파리 올림픽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등에서 모두 입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서채현은 지난 5월과 6월 중국과 헝가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OQS) 종합 4위를 차지하며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채현은 “무난하게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힘들게 딴 것 같아서 훨씬 크게 다가왔다. 오히려 이렇게 많은 대회를 치르면서 배웠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향상된 점이 느껴져서, 다음 대회가 더 기대된다”라고 웃었다.
서채현은 이제 20대의 나이로 두 번째 올림픽에 선다. 3년 전과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마음가짐이다. 그는 “사실 큰 실패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웬만한 대회에서 어떤 메달이든 다 따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를 많이 경험하면서 부담도 느껴보고, 실수도 많이 했다. 덕분에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많이 배운 것 같다. 그때 눈물은 그날 바로 잊어버렸다”라고 답했다.
이때 배운 것 중 하나가 ‘나의 플레이’다. 서채현은 “아무래도 콤바인 경기 방식이 다른 선수의 성적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지금은 타 선수의 경기를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나만의 등반에 집중하니 더 잘 풀렸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서종국 감독은 서채현의 아버지다. 딸 서채현에게 스포츠 클라이밍을 처음 알려준 스승이기도 하다. 서채현은 “감독님께서는 ‘즐겁게 해라’ ‘부담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런데 내가 훈련장에서 ‘아빠’라고 할 수 없는 건 아직도 어색하다”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채현의 파리 올림픽 1차 목표는 결선 진출이다. 올림픽이란 축제를 즐기고 오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는 “도쿄 때는 코로나19 여파로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였다. 파리에선 결승 무대도 가보고, 그 안에서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다. 진짜 축제다운 분위기도 함께 즐기고 오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그는 “좋은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예정이다. 팬들의 응원에 항상 힘을 얻고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