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30·키움 히어로즈)은 파워 피처와 거리가 먼 투수다. 올 시즌 그의 빠른 공(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5.9㎞/h(9일 스포츠투아이 기준)에 불과하다. KBO리그에 그의 투심보다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만 10명에 달한다.
공은 느려도 막강하다. 김성민은 지난 9일 서울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8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3승(10홀드)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1.64까지 떨어졌다. 올해 3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 중 가장 낮은 수치.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1.06명에 불과하다. 느린 구속에 걸맞게 9이닝당 탈삼진은 6.5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즌 피안타율은 0.229, 피장타율은 0.284로 선방하고 있다. 12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장타는 딱 4개만 내줬다. 그중 피홈런은 하나뿐이다.
김성민은 자신을 잘 안다. 구속이 느리니 힘으로 붙지 않는다. 그는 상하 릴리스포인트 154.4㎝의 낮은 팔 각도에서 투심, 체인지업, 커브를 뿌리며 범타를 유도한다. PTS 기준으로 투심의 좌우 무브먼트는 31.4㎝다. 투심을 5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다. 김성민은 여기에 땅볼 비율 53.8%와 강한 타구(150㎞/h 이상) 허용 비율 7.7%를 기록한 체인지업, 뜬공 27.8%와 피안타율 0.176을 기록한 커브를 섞는다.
9일 승리 후 만난 김성민은 "내가 구위로 윽박질러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건 너무 잘 안다. 볼넷을 많이 안 주려 하고, 최대한 공격적으로 들어간다"라고 호투 비결을 전했다.
내로라하는 투수들도 어려워하는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는 오히려 김성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는"난 대범한 유형은 아니다. (심판이 판정했던 때에는) 스트라이크 같은 공이 볼로 판정을 받으면 많이 흔들렸다"며 "ABS라는 틀이 생긴 후에는 (판정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고) 스트라이크존에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게 됐다. 부담감을 덜고 편하게 던지다 보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성민의 커리어하이는 11홀드(2021년)다. 전반기에만 10홀드를 쌓은 그는 올해 곧 이를 경신할 태세다. 그는 "기록엔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을 쓴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저 똑같이 계속 던지고, 점수를 안 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올해 목표는 무조건 부상 방지다. 잘 적응해서 내년에도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하루하루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