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뻔뻔해지려고 해요. '나니까 이 정도로 잡았구나' 생각하죠."
이도윤(28·한화 이글스)은 리그 대표 철벽 유격수 중 한 명이다. 2015년 입단 후 오랜 기간 무명에 가까웠으나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 포지션 조정 WAA(수비 승리기여도)에서 1.570을 기록, 리그 전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0.918로 전체 10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업 유격수 중에는 김주원(NC 다이노스) 박준영(두산 베어스) 박찬호(KIA 타이거즈) 등에 이은 4위다. 올해 유격수로 406이닝을 소화, 황영묵(199이닝) 하주석(127이닝)을 넘어 내야 사령관으로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타격도 성장했다. 지난해 106경기 타율 0.252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첫 시즌을 마친 그는 올해 78경기 타율 0.281(192타수 54안타)로 타율이 크게 올랐다.
중요할 때 때려내기도 한다. 이도윤은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9번 타자·유격수로 출전해 3타수 2안타 3타점을 때려 7-0 승리 선봉장이 됐다. 0-0이던 5회 상대 초구 직구를 공략해 2타점 2루타를 때렸고, 7회엔 1타점 적시타도 만들었다. 팽팽했던 경기가 한화의 완승으로 끝나게 된 데는 이도윤의 힘이 컸다.
10일 경기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이도윤에게 5회 결승타 상황을 묻자 "앞 타석(하주석)에서 스퀴즈 번트 실패가 나와서 기회가 오면 꼭 살리고자 더 집중했다"며 "상대(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너무 좋은 투수였다. 내가 길게 가져갈수록 불리할 거로 생각해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보자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겉으로는 2년 차를 순항하는 것 같지만, 이도윤 본인에겐 여전히 고민과 성장이 함께 하는 시즌이다. 이도윤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주변 선배님들이 체력 관리 방법부터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데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경기 역시 맹타에도 이도윤 본인은 아쉬움을 크게 느꼈다. 2타점 2루타를 친 후 3루로 뛰다가 태그아웃을 당한 탓이다. 그는 "일단 뛰어서 내게 송구를 (주자의 득점과 함께) 유도하려고 했다. 그런데 안 뛰었어도 됐더라"고 멋쩍게 웃으면서 "안 좋은 분위기로 이닝이 마무리됐는데 다음 이닝 첫 타자에게 바로 안타를 맞아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잘 해결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날은 결승 타자지만, 이도윤의 주 임무는 어디까지나 수비다. 타석에서는 9번 타자답게 부담이 작을 수 있으나 수비에서는 으뜸이어야 한다. 지난해 106경기 동안 8실책을 기록한 그는 올해 78경기 6실책을 기록 중이다.
이도윤에게 기여를 묻자 "타격보다는 수비, 작전 쪽에서 실수 없이 완벽하게 수행하고 싶다"며 "타격은 잘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지만, 큰 흐름을 타지 않는 부분에서는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겠다는 각오는 아니다. 이도윤은 "파인 플레이를 한다기보다는 처리할 수 있는 타구는 무조건 처리하자는 생각으로 수비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윤이 기록한 건 아니었지만, 한화는 앞서 9일 후반기 첫 경기를 실책으로 패했다. 2루수 황영묵의 실책과 내야 안타 허용이 실점으로 이어졌고, 동점 상황에서 3루수 하주석의 송구 실책이 2실점으로 이어졌다. 수비수라면 144경기 동안 숱하게 겪을 상황.
내야 사령관 이도윤은 이를 어떻게 이겨낼까. 이도윤에게 이를 묻자 그는 "저 자신에게 뻔뻔해지려고 한다. '나니까 이 정도로 잡았구나'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