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위협하는 팀만 만나면 더 세차게 몰아친다. KIA 타이거즈가 독주 체제를 갖춘 이유다.
KIA는 지난 10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원정에서 5-2 역전승을 거뒀다. 0-2이었던 9회 초 공격에서 최원준과 최형우가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상대로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0회 초엔 1사 1·3루에서 박찬호가 희생플라이로 역전을 이끌었다. KIA는 전날(9일) 1차전에서도 11-4로 완승을 거뒀다. 시리즈 우세(3연전 2승 이상)를 확보했다.
1위 KIA, 2위 LG가 후반기 시작부터 만나 화제를 모은 매치업이었다. LG가 스윕(3연전 전승)하면 두 팀 사이 승차가 종전 3.5경기에서 0.5로 좁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KIA가 먼저 2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더 공고히 다졌다.
KBO리그는 3월 23일 개막, 10일 기준으로 109일째 레이스를 이어갔다. KIA는 그중 99일 1위를 지켰다. 각 시점 상위권 팀들이 1위 탈환이나 추격을 노렸지만, KIA는 맞대결에서 기를 꺾어버렸다.
5월 17~19일에는 1경기 앞서 있던 당시 2위 다이노스와의 창원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5월 21~23일 부산 원정 3연전에서 최하위(10위)였던 롯데 자이언츠에 모두 지며 2위 두산 베어스에 1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지만, 24~26일 두산과 2승 1패를 기록하며 1위를 수성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치른 LG와의 홈 3연전도 그랬다. 당시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했다. KIA는 최형우가 홀로 3타점을 올린 1차전과 나성범이 8회 말 역전 솔로홈런을 친 3차전을 잡으며 다시 달아났다.
KIA는 1위 자리에서 2위를 상대한 11경기(10일 기준)에서 9승(2패)을 거뒀다. LG에 3승 무패, NC에 4승 1패, 두산에 2승 1패였다. 야구팬 사이에선 "호랑이(KIA) 엉덩이를 만지면 미끄러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범호 KIA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을 더 다잡는 것 같다. 하위팀과 붙었을 때 대충 경기하는 건 아니지만, 상위팀을 만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각오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초반에 점수를 잘 내다보니, 상대는 부담감이 커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KIA 주전 유격수 박찬호도 "'호랑이 엉덩이는 못 잡는다'라는 팬들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2위와의 경기에서 더 집중력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관중 분위기도 다르다. 무엇보다 가을 야구에서 만날 수 있는 팀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의식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KIA는 현재 2위 그룹(LG·두산·삼성 라이온즈)를 상대 모두 우세를 점했다. 10일 기준으로 LG는 8승 3패, 두산은 6승 1무 5패, 삼성은 5승 3패로 앞서 있다.
강팀에 강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범호 감독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는 "반대로 우리가 (2위 그룹에) 잡혀서 흔들릴 수도 있다. 2위와의 경기에서 심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고,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