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은퇴 후 정계에 진출했다가 다시 프로당구 무대로 돌아온 차유람(37·휴온스)이 2024~25시즌 PBA 팀리그 무대도 누빈다. 공백기 동안 LPBA 수준이 워낙 높아진 데다 룰도 바뀌는 등 적응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차유람은 “최선을 다해 팀의 구멍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은퇴를 선언했던 차유람은 올해 1월 LPBA 무대로 돌아왔다. 복귀전이었던 지난 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에서는 3연승 돌풍을 일으키며 32강에 올랐고, 이어진 9차 대회에선 PPQ 라운드(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2년의 공백기를 고려하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차유람은 본격적으로 2024~25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5월 열린 2024~25 PBA 팀리그 드래프트에서는 2라운드 1순위로 휴온스의 지명을 받아 새 시즌 팀리그 무대까지 복귀하게 됐다. 차유람의 우선지명권을 갖고 있던 웰컴저축은행이 재영입을 포기했고, 휴온스가 차유람에게 PBA 팀리그 재입성 기회를 줬다. 웰컴저축은행 소속으로 두 시즌 동안 팀리그를 누비며 2021~22시즌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던 차유람은 이제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팀리그에 나서게 됐다.
2년의 공백을 최대한 빠르게 극복해야 하는 건 물론 새로운 팀과 새 동료들, 새 규정까지 많은 걸 적응해야 하는 상황.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25 PBA 팀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를 마치고 본지와 만난 차유람은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래도 공백이 있었고, 그 사이에 여자 복식도 생긴 데다 이번에는 룰도 바뀌었다. (공백기동안) 여자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높아졌고, 더 치열해진 승부에 대한 부담감도 큰 게 사실”이라고 했다. 팀리그는 자신의 활약 여부가 고스란히 팀의 승패로도 직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백기가 적지 않은 차유람이 가질 걱정이나 부담감의 크기는 더욱 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걱정과 부담감에 마음만 졸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차유람은 오히려 지금 갖고 있는 걱정이나 부담감을 설렘과 기대감으로 바꾸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빠르게 배우고, 최선을 다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빠르게 제 궤도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스스로 이번 시즌을 “개인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으로 자신하는 배경이다.
차유람은 “전혀 새로운 팀에서 한다는 게 걱정도 되지만,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된다. 최성원(리더) 프로님은 공치는 스타일이 되게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어어서 가까이에서 디테일하게 볼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 이상대 프로님도 되게 잘 가르쳐주신다. 남자 선수들한테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2년 만의 팀리그 복귀이긴 하지만, 팀리그 경험은 물론 우승을 차지한 기억까지 있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큰 힘이다.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차유람은 “팀리그는 부담을 모든 선수들이 나눠 갖고 있다. 사실 못하면 욕먹고, 잘해도 당연하다는 부담감이 모든 선수들한테 있다. 그 부담감 때문에 기본 배치에서도 실수가 더 나온다”며 “팀리그는 정말 나와의 싸움, 그 중압감과 부담감, 압박감을 누가 더 잘 이겨내느냐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나도 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행히 스스로 자신감도 잘 찾아가고 있다. 실제 차유람은 이번 시즌 열린 두 차례 LPBA 투어에서 모두 16강에 올랐다. 2년의 공백을 돌아보면 더욱 인상적인 성과다. 전성기 시절의 감과 기량을 되찾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적어도 시즌 초반 2개 투어 연속으로 16강에 올랐다는 건 기량을 되찾는 데 중요한 자신감이 될 수 있다.
차유람은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공백은 있다. 아직 채워야 할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약간 초조한 것도 있다. 그걸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 ‘옛날에 이거 잘했는데, 이제 잊어버렸다’는 공들도 있다”면서도 “반대로 새롭게 시작하다 보니 오히려 당구라는 것 자체를 새롭고 신선하게, 또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측면이 생겼다. 어떤 부분은 좋아졌고, 어떤 부분은 아직 감을 찾진 못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면,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빠르게 제 궤도에 올라,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는 게 그의 이번 시즌 각오다. 차유람은 “아무래도 다시 하는 거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고, 다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해주신다”면서 “그런 걱정들을 하루빨리 없애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건 결국 내 몫이다. 차유람 선수 팬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수 있도록 경기력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차유람은 이번 시즌 PBA 팀리그에서 최성원(리더)을 비롯해 하비에르 팔라손, 이상대, 로빈슨 모랄레스, 김세연, 이신영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지난 시즌 휴온스는 종합 순위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팀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깜짝 우승후보로 꼽혔다. 휴온스를 우승후보로 지목한 엄상필(우리금융패키탈)은 “휴온스가 그동안 여자 선수가 다소 약한 부분이 있었는데, 여자 선수들의 실력이 작년에 비해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차유람의 휴온스 가세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