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자 김도영(21)과 좌타자 최형우(42). KIA 타이거즈가 15년 만에 다시 장착한 'KC포'를 앞세워 우승을 정조준한다.
KIA는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지난해 챔피언 LG 트윈스와 만나 우세 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를 거두면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 그 중심에 'KC(김도영-최형우)포'가 있다. 지난 9일 경기에서 3번 타자 김도영이 결승타를, 4번 최형우는 만루 홈런으로 11-4 승리를 이끌었다. 10일에는 1-2로 뒤진 9회 초 2사 1루에서 최형우의 단타 때 1루 주자 김도영이 빠른 발을 활용해 동점 득점을 기록했고, 연장 승부 끝에 KIA가 5-2로 이겼다.
KIA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KC포'를 앞세웠다. 우타자 김상현과 좌타자 최희섭이 그해 '3할 타율-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했다. 로페스-구톰슨-양현종으로 이어진 선발진과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2009년 타율 0.317 36홈런 126타점을 터뜨린 김상현은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석권했다. 2000년 해태 타이거즈 입단 후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옮긴 그는 2009년 시즌 중 친정팀에 돌아온 뒤 장타력을 꽃피웠다. 메이저리그(MLB) 출신 최희섭은 홈런 2위(33개)-타점 공동 3위(100개)에 올랐다.
당시 투수들이 3번 타자 최희섭을 고의4구 등으로 피하고 4번 타자 김상현과 대결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김상현은 대기 타석에서 '분노의 스윙'을 휘둘렀다. 김상현은 최희섭을 거르고 자신과의 승부를 선택하면 "(승리욕에 불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2024년에도 '피꺼솟' 장면이 나왔다. 지난 9일 KIA가 5-2로 앞선 6회 초 1사 2·3루에서 LG는 김도영을 자동 고의4구로 걸렀다. 다음 타자는 4번 최형우.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 최다 루타 기록의 주인공이 그는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 홈런으로 응수했다. 최형우는 "(김도영을 거르고 나를 택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말은 이렇게 해도 승리욕 강한 최형우는 평소보다 더 독하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KC포'는 15년을 사이에 두고 닮은 점이 많다. 2009년 김상현이 4월 중순 트레이드로 합류하면서 4번 최희섭-5번 김상현 타선이 꾸려졌다. 올 시즌엔 김도영이 초반 테이블세터진에 포진하다가, 중반부터 3번 타순으로 옮겨 최형우와 'KC포'를 구성했다.
프로 3년 차 김도영은 10일 기준으로 타율 0.337 23홈런 6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83개) 장타율(0.614) 1위, 홈런 2위에 올라 있다. 타율과 출루율(0.406)은 9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4.02로 투스와 타자를 통틀어 전체 2위다. 최형우는 타점 1위(78개) 홈런 공동 10위(17개)다. 득점권 타율이 0.357에 이를 만큼 찬스에 강하다.
스무 살 타울의 '2024년형 KC포'는 끌어주고 당겨주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김도영은 타점 1위 최형우가 4번 타순에 포진, 상대 투수가 가급적 자신과 정면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또한 대선배의 타격 노하우를 곁에서 흡수하고 있다. 김도영이 자주 출루하면 최형우의 타점 기회가 늘어난다. 10일 LG전 9회에는 단타를 치고 자신은 1루까지 밖에 진루하지 못했는데, 1루 주자였던 김도영이 2루-3루를 거쳐 홈까지 들어와 타점을 추가했다.
'KC포'에 나성범까지 버티고 있는 KIA는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6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최형우는 "후반기 처음부터 중요한 2위 팀(LG)과 만났는데 이겨서 좋다. 팀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라며 흐뭇해했다.